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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l 23. 2024

뜨거운 무음

글, 톡, 위안

리듬이 다른 사람들이 산다. 4시에 깨어나고 9시에 일어나고 11시에 눈을 뜨는 세 사람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깨어 일어나 눈을 비빈다.


칼날 같은 예민함과 까탈스러움은 공유하던 시간과 장소의 사이를 벌려 서로 독립된 루틴을 가지게 되면서 잦아들어 평화를 찾았다.


내부적으로는 나의 폭정에 진압된 가족의 잔혹 독립사 정도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외부적으로는 무척 괴상하고도 신비로운 사랑과 정의와 애정의 실천사가 될 수도 있다.


가족의 모습이 반드시 사회적 구속의 형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거울에 맞춘 진부하면서도 한편으로 기울어진 얽매임으로 존재할 필요는 없다.


평화로운가. 아껴주는가. 존경하는가. 여전히 뜨거운가.


시도 때도 없는 폭발음으로 혼자 터졌다가 둘의 숨찬 뜀박질이었다가 셋의 깔깔대는 공기로 적응한 지는 오래되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감정과 감성과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은 나의 여집합들이 나를 살게 하고 있다.


새벽부터 뒹굴거리며 글감을 고르고 마음을 정하고 자세를 바로 한다. 내 글은 나의 정체성이니 나를 매일 새로 낳는 시간이기도 하다. 발행을 누르며 내 속을 절개하여 나를 세상으로 보낸다. 꾹!


나를 꼼꼼하게 읽어주며 공감하는 라이킷을 사랑한다. 그들의 하루를 상상한다. 가끔 굿모닝을 톡으로 날려 오늘을 같이 시작한다는 신호를 쏜다.


핑크색 하트와 사랑한다는 뜨거운 응원을 받거나 내 글 틀린 맞춤법에 빨간 줄을 쫙 그은 캡처 이미지를 받기도 한다. 무덤덤하게 맥락 없는 한 단어로 아침 인사를 퉁치거나 굿모닝 이모티콘 하나 달랑 보내는 마음도 감사히 받는다.


내가 쓴 글 내용에 따라 그들이 머무는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때로는 짧은 문장으로 되돌아오는 조용한 답신도 좋다.


여기 풍경이 참 좋아.

오늘 많이 덥대.

대문 사진이 참 좋네.

글이 너무 어려워.

신나게 보내시고요.

많이 아팠어요?

넘어진 건 괜찮아요?

영화 어땠어요?

여행 다녀오셨군요.

커피는 어떤 거?


소리 없는 흥분과 기쁨과 각자의 향으로 시작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별일 없는 아침을 딛고 별일을 만드는 하루를 꿈꾼다. 


그래서 내가 제대로 떠날 수 있다.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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