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현대적인 작은 인테리어가 나를 기웃거리게 했다. 다른 카페와 별 다를 것 없이 주문 키오스크가 있고 컵을 감싸는 종이 커버와 음료를 젓는 플라스틱 스틱이 가지런히 아름답다.
우린 언제부터 온기 하나 없이 틀에 짜 넣은 둣 일렬의 스트로와 차곡차곡 쌓인 음료 뚜껑에 익숙해졌던가. 스스로 손을 대어 이것저것 최대한 뽑아가야 내 몫으로 지불한 금액에 보답한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하게 된 걸까.
직원의 눈 맞춤은 없다는 말이 '스마트'일까? 알아서 뽑아 쓰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 '스마트'일까? 노래가 크든 말든 에어컨이 너무 세든 말든 곳곳에 붙어 있는 '1인 1 음료'라는 말을 무시하든 말든 양심에 맞기겠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스마트'일까.
우린 해도 해도 너무 '스마트'하고 있다.
관용이 없으니 불안에 과민하고
배려가 없으니 눈치에 민감하고
직원이 없으니 눈 맞춤 쓸쓸하고
스마트에 무너지는 똑똑한 우리
자본주의 허상에 버려지는 온기
묵묵부답 독거 신용카드의 눈물
소통을 강조하는 인간들의 결핍
24시간 스마트하라는 블랙커피
홀짝거리며 눈에 차오르는 허기
울리는 노랫가사만 사랑스럽네
열세 개의 좌석은 덩그러니 허공에게 자리를 내주고, 단 한 개 의자만 내 따뜻한 엉덩이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인간의 체온은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는 제대로 가고 있는 중일까.
오늘 커피는 어디에서 온 콩으로 만든 건가요? 오늘은 헤이즐넛 향이 정말 좋아요. 이 도자기 잔은 묵직하고 도톰해서 커피가 오래 따뜻해요. 오늘은 정말 즐거운 날이에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나는 여전히 바리스타가 눈 맞춰주고 커피의 취향을 물어봐주는 곳에 간다. 에스뿌레쏘를 만드는 콩이 에티오피아 어디에서 나왔는지 우유와 연유를 어떤 비율로 만들어야 가장 맛난 달콤한 라테가 만들어지는지 살짝 알려주는 그런 카페에 간다.
늦은 밤 호기심에 들어온 스마트 카페에서 진한 샷추가 카페라테를 마시며 생각이 많았다. 깊은 잠은 글렀다.
우리는 어디까지 스마트하게 될까.
우리는 얼마큼 스마트하고 싶을까.
로봇 바리스타 안녕!
로봇 바리스타 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