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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l 26. 2024

에틸알코올

EtOH

밋밋하게 평평하면 돌을 찬다. 뭐라도 움직이면 귀를 세울 텐데 처진 기운을 잡아 일으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마취적이다.


피부를 뚫는 몽롱함보다 입을 통해 쏟아져 들어가며 무디게 만드는 촉감을 즐긴다. 식도를 태우는 건 고량주보다 보드카 스트레이트가 내겐 딱이다.


즐겨도 너무 즐긴 나머지는 흘러내린 근육과 타다 지쳐버린 지방이란 야무진 몫을 남겼다. 아주 정직하게 숫자를 읽어주는 저 입에 데킬라라도 들이부어 잠시 휴식하고 싶다. 아니 선인장 가시를 입에 물려주고 싶다.


고양이같이 노려보며 처방을 한다. 3분 5 레벨 2분 9 레벨, 30분간 걷다가 뛰다가 느리다 빠르게 쉬다가 전속력이다. 내가 선 트레드밀은 주기적으로 뜨거워질 것이다. 나와 맞닿는 그곳에 화상 패치를 붙여 줄테다.


하라면 하면 된다. 하라는 말이 없을 때가 문제다. 어쩌면 마음을 바라봐야 할 때 몸뚱이에 시간을 쏟는지도 모르겠다. 와글거리는 변화로 조용한 괴사(壞死)를 막아내려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헤매다 공황기로 들어가면 EtOH의 무딤이 그립다. 그립다 쓴다는 건 제한을 가하겠다는 의지다. 7월의 시작과 황홀과 뜨거움과 쓸쓸함을 마무리할 때다. 매주 알코올을 의무로 발행하고 나머지는 삭제할 작정이다. 끊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고난의 길이 될 것이다. 7월을 제대로 안고 가고 싶다.


술은 근육을 희롱하며 가지고 놀다가 몸에 붙여 주지 않고 흐느적흐느적 녹여 버린다. 지독한 강도의 운동으로 지방이 흘러 몸 밖으로 나가고자 할 때 앞을 떡 가로막고 헤롱헤롱 유혹한다. 나랑 있어주지 않을래? 질탕하게 놀고는 아무 데나 팽개치고 가버릴 거면서. 오늘 나를 정신 차리게 한 트레이너의 비유가 마땅하다.


2024년 7월은 나의 역사다. 나의 기쁨이다. 내가 쓴 소설, 너에게 간다, 오늘. 세 번째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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