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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09. 2023

이기적으로 사과받기

마주 보며 이 말을 차분히 다 전할 수 있을까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 것에 대해 꼬치꼬치 말하며 지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그럴 수 있지, 한 번 일어나는 일이겠지. 꽤 오랫동안,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구나, 이렇게 편한 시간들 모아 평생 친구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어른이 되어 만나 진실하게 공감하는 친구가 된다는 건 더 특별하다고 믿으니까요.


마음 아프게 한 순간들이 생기면 말해달라 하셨었죠? 사실 그게 말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힘든 일이에요. 내가 힘든 것을 꾸역꾸역 참아가며 관계를 유지하는 게 피곤하고도 슬픈 일이거든요. 마치 부부관계에서 한 편이 계속 참으며 사는 것처럼요. 대화를 하든 시간을 갖고 떨어져 있든 뭔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면서 시시콜콜 전해 볼게요. 네, 지금 떨고 있어요. 이 또한 제가 강퇴당한 카페에서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이라 마음이 참 착잡합니다.




한 세미나 주제인 누적 반복 시스템을 알고 싶었어요. 정말 누적 반복의 효과는 어떤 걸까. 2021년 11월 어느 수요일 오전, 6명의 멤버가 모였습니다. 제가 한번 같이 연구해보지 않을래요? 하고 만들었어요.


카페를 아끼는 마음에 무엇이든 기여하고 싶었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모임이면 더 좋겠다 생각하며 같이 성장해나가고 싶었어요. 1년을 넘게 이어갔던 스터디 모임, 지금 생각해도 뿌듯합니다. 그건 알고 계시죠? 멤버 중 한 분이셨으니까요.


카페에 글도 같이 올리며 우리가 하고 있는 스터디 상황을 매달 꼼꼼하게 후기도 했습니다. 이게 제가 카페에 할 수 있는 작은 기여이기도 했고요.


6명 중 정말 카페 글이 거의 없는 분, 그렇지만 제가 상세하게 스터디 상황을 올리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던 분에게, 기회를 틈타 '그럼 카페에 글 좀 올리시겠어요?' 했요. 이 '좀'에 힘이 들어가 있었겠지요. 그때 저한테 이렇게 한 마디 날리셨습니다.


'어우, 맥락 없이!!!'


제가 그렇게도 맥락이 없었던가요? 그래도 오래 좋은 기회를 찾다가 이때다! 생각해서 얘기했던 것인데요. 흠, 다른 사람에게 저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맥락 범위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때가 제가 맞은 첫 강타였어요. 제가 처음 듣는 말이라 더 충격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줌으로 만나며 오프로 만나며 스터디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나온 안건들을 정리하려고 하면, '그게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그게 아니라'에, 말하실 때 습관인가 보다 여겼습니다. 사실 내용을 보면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한 거였거든요. 저의 문해력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더 잘 정리해야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말을 할 때뿐 아니라 글을 쓸 때도 '그게 아니라...' 이렇게 나오니까 괜히 살살 거북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말씀을 드렸어요. 말씀하실 때, '그게 아니라...'를 자주 하시는데 그게 습관이시구나 생각하고 있다고요. 그랬더니, '어? 그건 안 좋은 건데요?'라고 하셨지요.


여기서부터 당황과 혼란으로 머릿속이 빠글 해졌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하는 말에 대해서도 더 조심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좋지 않은 말이라는 것을 아는데, 불쑥불쑥 나온다는 거니까요. 저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불쑥 하는 말이 상처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여럿이 있을 때 괜한 면박받는 일들이 누적 반복 되었어요. 제가 만든 스터디는 학습의 누적 반복 효과를 보려는 거였는데, 관계로부터 오는 상처가 누적 반복되니 '그럴 수 있어'라는 인내도 바닥이 나고 있었어요.


제가 한 말이 '그게 아니라,' '맥락 없다'로 수시로 거부되고, 셋이 만나는 대화에서 둘만 아는 주제로 혼자 남겨질 때, 이런 순간들이 있구나 하고 속웃음을 지으며 새로운 슬픔을 마주했었지요. 최근 북한산에서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있었어요. 레그프레스와 영화입니다.


말했던 많은 것들이 기억이 안 난다면 과거로부터 돈독해지는 현재의 감성과 미래로 이어지는 굳건한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만나면 그 지점부터 시작하려고 했어요. 둘이 만나면 참 괜찮은 시간들이 많았는데 과거는 과거니 지금부터 더 좋은 시간 갖자. 평생 진심으로 통하는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었거든요.


이전에, 누군가에게 계속 말을 가로 차이며 막히면서 상처받았다고 했었죠? 그리고 사과를 받아야 그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고 하셨었죠?


최근 좋아서 보내셨다는 톡의 '아니라~' 메시지의 모호함보다, 사과를 해야 할 순간을 놓쳤다는 걸 아시나요? 제가 아니라 그에게요. 제가 정확한 워딩까지 전한 건, 정확하게 사과할 지점까지 알려드린 거였는데. 우리가 많이 예민하게 또는 많이 둔하게 서로 다르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제 말을 막고 호통하실 때, 제가 참지 못했어요. 나중에 후회하며 어른스럽지 못했다고 느꼈지만, 쌓인 것들이 흘러나와 버렸네요. 강퇴당한 카페이야기를 계속하시는 통에 제가 많이 속상했어요. 제가 눈 마주 보며 발끈했을 때 제게 사과하셨지요. '아, 미안해요.' 기억하시죠?


이 순간, 고맙기도 했고, 제가 왠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제가 마치 미성숙한 사람 같이 느껴졌어요.


사과를 이렇게 등 두드려 이기적으로 받아야 한다면 너무 힘들어요. 불끈! 하는 건 정말 큰 에너지가 필요해요. 그때마다 얘기해 달라 하셨지만 저는 그러지 않으려고요. 너무 힘들어서요.


그런데 아마도... 혹여 다시 그런 순간들을 만들까 노심초사 신경 쓰며 대화해야 한다고 느끼신다면 정말 피곤하고 스트레스받으실 수도 있겠어요. 제가 이런 글 전하는 거 무척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아쉬움과 슬픔의 대화 시도라면 제가 너무 이기적일까요?


스스로에게 편한 길을 선택하시면 좋겠습니다.



영어학원카페, 2017년 11월 9일 가입 후 2023년 2월 13일 강퇴당한 날, 이후까지도 이어지는 경험, 생각들입니다.

#라라크루5기 (Extra 2/5) #라라라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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