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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15. 2024

가을의 초대

마중 갑니다

끝이 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끝은 다른 것들로의 길을 터주고 자신을 허공에 뿌리고 땅에 다시 내려앉아 거름이 됩니다.



끄트머리의 여운과 허전함에 울기 전에 다른 기쁨 한 보따리를 놓고 갑니다.


아름다운 글들, 제게 방향을 가르주는 신비로운 가로등 같은 말과 글의 향연 덕분에 계속 글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가을, 떠났던 마음도 더 따뜻하고 살찐 영혼으로 되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잠시 기다리는 거라고 저를 다독이는 날들마저도 쓸쓸함보다는 온기 가득한 머무름의 위안을 주었습니다.


글을 쓰며 저를 더 알게 되고 글을 쓰며 조금 더 진지하게 대해야 하는 삶을 마주합니다. 그때 느꼈던 아름다운 시간은 똑같은 무게와 색깔의 그것으로 지금을 대체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어리석음에 가까워지는 걸 겁니다. 


지금 저와 방금 지난 과거의 저 조차도 같을 수가 없으니까요. 정확한 저를 토하기 위해 단어를 고치고 문장을 고치면서도 계속 불안하기만 합니다.


기품이 있는 진득하고 여운이 깊은 글


촌철살인의 번득이는 깨달음을 주는 글


는 것이 채 끝나지 않은 어떤 감동이 눈물에 새겨지는 글


쓰는 사람의 삶의 여정을 길게 목을 빼 상상하며 그 상상 속에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 나누고 싶게 만드는


그런 글을 읽고 싶고 품고 싶고 쓰고 싶습니다.


올 가을은 지난가을처럼 쓸쓸하게 고독이 퍼지는 마음으로 지내고 싶지 않습니다. 고독도 독이라 많이 아프고 때때로 사경을 헤매게 합니다.


좋은 글을 쓰는 시간을 마중 갑니다. 고스란히 저를 뒤집어 놓고 여유 있게 반성하며 진심을 쓸 공간을 마중 갑니다.  시간과 공간에서 글을 만나고 사람을 만납니다. 저를 살리는 생명을 만납니다.


가을이 오니 누구라도 어떤 시간과 공간이라도 큰 품으로 맞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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