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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07. 2024

대장장이

혼자를 단조(鍛造) 하는 날

대장장이의 해머가 되어 수없이 두드리고 두드려 부푼 알맹이를 정돈하고 삐꾸스런 단점들을 눌러 더 강하게 단련시키려는 몸짓이 단조(鍛造)다.


쇠락한 날엔 이불만 끌어올리며 이리저리 뒤척이다, 우연히 굴러다니던 홍삼 스틱이라도 입에 물면 아직 살아있나 보다 전해준 내 손짓이 고마운 단조(鍛造)다.


지글거리며 끓는 몸뚱이, 혼자 짚어보는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지만, 지금 좀 어때? 내게 주는 한마디, 쾡한 눈으로 천장을 보며 혼자 하는 그 위로가 단조(鍛造)다.


마음이 허전한 날엔 밑도 끝도 없는 투정이 고파서, 한마디 말 붙여놓고 답신 따위 오지 않아도, 그래 내가 언제 메시지 스레드질하며 살았더냐 가슴 아린 인내가 단조(鍛造)다.


운동 심하게 한 날 근육통엔 후끈 지끈 파스도 단조(鍛造)요, 마음 쓰려 넘긴 알코올에 시래기 해장도 단조(鍛造)고, 묵직한 그리움에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닦아주는 손수건도 단조(鍛造)이리라.


통곡하는 시(詩)가 도착하면 그 단조는 이 단조가 아니다. 서로의 주관이 흑과 백으로 갈려 알아채 달라 옷소매를 바꾼다. 기껏해야 소매깃으로 하는 위로, 그 조각을 휘날리며 무엇이든 꾹 참는다.


더 강하게 단련시켜 준다는 단조(鍛造)가 쌓여가도 마음 한편 구석에선 슬픈 단조(minor) 노래가 가득한 날이 있다. 하지만 밝은 단조 노래도 많고 슬픈 장조 노래도 많으니 어차피 슬프다가 기쁠 일, 기쁘다가 슬플 일에 마음 주지 말자고 혼자서 다독인다.


그렇게 끄적거리는 혼자로 서 있는 오늘 하루쯤, 꿋꿋한 대장장이로 살아도 괜찮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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