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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17. 2024

돈이 도니 돈 1

[엽편소설] 나도 돈다 2-1

   '누나, 시간 있어?'

   '응, 발표 준비는 다 끝났어? 지금 어딘데?'

   '막 학교에 도착했어. 누난 어디야?'

   '나, 도서관인데 저녁 같이 먹을까? 학교 식당에서 만나자.'


대학원 동기의 문자였다. 대학원 3학기는 논문 주제 선정으로 바쁠 때라서 나는 현진논문 때문에 뭔가 상의할 것이 있나 보다 했다. 한 학기 전부터 누나 누나 하며 수업 때마다 살갑게 옆에 앉는 현진을 피하지 않았다.


생전 처음 듣는 누나라는 호칭에 뜨악했으 내색하진 않았다. 웃는 얼굴 표정에서 삶에 대한 진심을 느꼈다. 사립중학교 영어 선생님으로 자심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목소리의 톤과 억양이 말해주고 있었다.


선생님으로 대학원을 입학하면 매 학기 교사 장학금이 나온다 했다. 교사도 아니면서 언어 이론을 연구하는 분야가 좋아서 무턱대고 대학원에 온  배경이 많이 달랐다.


학생 식당에서 만난 현진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태경이 때문에 황당한 일이 생겨서..."

   "황당한 일? 둘이 친하게 잘 지내는 거 같더니 무슨 일이야?"


매 학기마다 교사 장학금 50만 원을 받는 현진이 성적 장학금 100만 원을 받게 되었다며 좋아하던 와중에 태경이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성적 장학금을 받으면 교사 장학금과 중복 지급이 안된다는 교칙 때문에 50만 원을 포기해야 하지만, 성적 장학금은 그만큼 큰 자부심과 가치를 지니는 것이어서 교사들은 당연히 성적 장학금을 선택한다.


그런데 태경이 연락을 해서 현진이 성적 장학금을 포기하고 교사 장학금을 받겠다고 하면, 그다음 순위인 태경이 성적 장학금 100만 원을 받으니, 현진이 교사 장학금 50만 원을 받고 태경의 성적 장학금 100만 원 중 70만 원을 현진에게 주겠다고 한 모양이었다.


나는 여기서부터 살살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지만 그저 잠자코 듣고 있었다. 여태까지 내가 들어온 누나라는 단어를 모두 모아서 얼굴이 따갑도록 현진게 던져주고 싶었다. 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누나, 장학금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70만 원을 나한테 안 보내주는 거야."


나는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현진을 빤히 보고 있었다.


   "아니, 자기가 그렇게 제안을 했으면 책임을 지고 깔끔하게 딱 보내주고 빨리 처리를 하면 좋잖아. 내가 몇 번이나 톡을 했는데도 읽고 나서 답신도 안 하고 말이야. 정말 짜증 나 죽겠어!"

   "그게, 태경이 때문에 생긴 황당한 일이 맞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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