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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21. 2024

저 길 끝에는

차분한 일몰

첫 일출 산행한 날을 기억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한바탕 캄캄한 도로를 헤매다 시작한 어두운 산행이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혼자 오르며 까만 두려움에 고개를 하늘로 꺾지 않았다면 그토록 많은 별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지 몰랐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울먹거릴 때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며 손을 잡아 주었다. 휘청휘청 혼자 쓸쓸했던 거리에서도 불빛을 내려주며 안심하라는 전봇대나, 잘려나간 나무 그루터기마저 쉬어 가도 좋 넓은 품을 내주어 항상 위로가 되었다.


서너 걸음쯤 뒤에서 비겁하게 늘 3인칭으로 살려고 애썼다. 부대끼고 번잡한 소용돌이를 피해 뒷걸음치면서도 운이 좋았다. 페이스메이커 같은 친구나 가족이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든든하게 받쳐주며 끌어주곤 했다.


여전히 사는 게 익숙지가 않고 낯설어 두렵지만 글을 쓰며 조금씩 사회와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하고 싶었다. 옆에서 누군가 잘해보라 툭툭 나를 다독일 때마다 사람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바라보는 눈도 더 따뜻해졌다. 무작정 따라가고 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니 차분한 마음에 자꾸 반성하게 된다. 더 잘하고 싶은 것들이 차곡차곡 내게 와 쌓인다. 하지만 욕심내선 안된다고 나를 줄곧 타이른다. 내가 정해 둔 그 길 밖으로 나가지 말자. 세상의 유혹에 욕망을 가지지 말자. 그렇게 소리 내 중얼거리는 순간들이 잦아진다.


일출을 맞았으니 얼마 후 일몰도 차분히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가는 저 끝 일몰에는 내가 본 첫 일출의 장관과 감동이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기를 바란다. 그렇게 단단하게 살아야 하는 거다.


내게 새벽 붉은 해를 내준 그 산 위에서 친구를 위해 기도를 했다. 소원을 빌었다, 기쁘게 웃으며 오래오래 같이하면 좋겠다고.


눈은 일출 마음은 일, 괜히 모자란 듯한 비 내리는 하루가 다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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