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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ug 21. 2024

나를 발행해

0801

날마다 나를 씁니다.


나를 쓰기 전에 쓰기도 하고

나를 쓴 후에야 비로소 쓰기도 합니다.


나는 나를 나답게 세상에 쓰이기 위해 태어났으나

나는 날 온전히 써 내려가기 위해 살아가나 봅니다.


나를 제대로 쓰지 못한 날에는 한 줄의 글도 쉽게 써지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의 문장을 쓰기 위해 하루를 힘껏 살아야 합니다.


나를 쓰는 것은 내가 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게 사용과 작문은 나란합니다



이렇듯 내가 내 온몸을 다해 삶에서 쓰듯이 글을 쓸 때에도 온몸이 지면을 밀고 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잘 산다는 것은 잘 쓴다는 것의 다름 아닙니다.


글 밖에서는 쓰는 것이 소비로 읽히지만

글 안에서는 쓰는 것이 생산으로 변모합니다.


써도써도 쌓이지 않는 쓰기는 결코 밑 빠진 독에 물을 담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독에 물을 담는 일입니다.


매번의 행위가 유사하게 반복되지만 단 한 번도 동일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돈쓰기와 반대의 결을 가집니다.


오늘도 어제와 다른 자세로 다른 시선으로 다른 마음으로 써내려 갑니다.


손가락으로만 쓰는데 온 몸과 마음이 함께 요동칩니다.


아침에 글을 썼으니 이후의 하루를 적절히 조율한 느낌입니다.


이제는 멋지게 연주할 일만 남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별탈없이 나를 발행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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