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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Sep 02. 2024

겉과 속의 차이

[영화] 그 여름날의 거짓말, 2024, 감독 손현록

[no 스포일러는 없다]


새로운 한 주의 스펙터클이 예상될 때 그 긴장에 미리 미친 짓을 할 때가 있다. 까르르하다가 꺼억꺼억 눈물 질질 짤 일이면 혼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애먼 사람 마주하고 바보짓을 한다.


워낙에 감정에 충실하기 그지없이 살면서, 너 바보니? 나 보고 싶었어? 잘 지내지? 사랑해! 너는 어때? 우리 당장 만나! 보고 싶어! 떠나지 마! 내 옆에 네가 있어야 해! 좋은 소리만 지르며 살면 되는데, 상상 못 한 감정 파도에 사람 하나 죽일 것도 같다.


심. 장. 마. 비. 

나도 그리고 너도.

선생님도 그 아내도.

머리끄덩이도 머리카락도.


상상은 상상으로 판타지는 판타지로 현실은 현실로 맞짱 뜨며 살아야 제대로 일 텐데 상상을 현실로 판타지도 현실로 모두 끌어내려 실현하려 애쓴다. 짠한 인생이다. 나도 그러고 있나? 우리 언제 철들까.


그러고 보면 실현되지 못할 상상도 없는 것 같다. 마음이 가는 쪽을 향해 솔직하게 지르는 소리가 가식적인 내숭보다는 나은 거 아닌가.


네가 좋아.

너를 사랑해.

네가 보고 싶어.

나 길 잃었어.

너를 집착해.

내가 웃겨.

난 울어.

어때?


보기만 해도 즐겁고 웃음이 나는 사람에게 좋다고 하는 거, 언제나 같이 있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 옆에 없으니 그리워 보고 싶다고 전하는 거, 그런 거 다 특별한 사람을 향한 지근한 온도를 간직하는 일이다. 그 온도를 유지하려고 그 온도만큼의 '사고'를 치는 거야.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수백 수천번 좋아, 사랑해, 보고 싶어 소리 질렀을 거다. 그런데 때로는 조금만 참아도 될 순간에 심장이 터지고야 만다.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아이에게도

어르신께도

나에게조차


해 놓고 부끄러워할 거면서 계속 그런다.


네가 좋아

너를 사랑해

네가 보고 싶어

네가 사랑해

네가 좋아


매일매일 상상하는 판타지, 맞다.


겉은 촉촉하고 싶고 속은 바삭하게 타들어가는 그런 10대를 지나, 겉은 바삭하게 무심하게 보이지만 속은 촉촉하고 따뜻하게 너를 바라볼 수 있는 게 내 진심의 끝일 거다.


이건 날 위한거지? 나 꿈꿨던것 같아. 자갈, 가슴에 박혀 있는 낚시바늘, 그을림... from 영화 예고편


그렇게 누구든 성장한다.

어쩌면 아프게 사랑한다.

그러면서 다들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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