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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Sep 04. 2024

자전거 수리점

타임머신

먼 과거에서 톡이 왔다.


'정상인들은 이런 마음으로 사는구나. 나도 나를 어쩔 수 없었겠구나.'


처음 깨달았다고 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내겐 그의 순수한 영혼과 투명한 말들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 안에 심한 난기류와 불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제야 중증으로 아픈 삶을 보내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는 눈물 가득한, 하지만 차분한 메시지였다.


오랫동안 심한 흔들림과 요동에도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 싫은 기색 없이 대해주었던 몇몇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마음 써주셔서. 제가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하는지 전달하기가 어려울 만큼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의 말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 꽂혀 다시 세월을 훑어내며 마음이 젖었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그렇게 흐린 미소 뒤에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


'잘 지내십니까?'


그의 첫 문장이 하루 종일 나를 잡고 흔들었다.

   



그가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과 자전거 수리점을 하겠다고 명랑하게 말했을 때 그러라고 했다.


나는 바로 꿈을 꾸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자전거 수리점이 어떤 모양일지 어떤 자전거들이 진열되어 있을지 그가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수리를 어떻게 할지를 상상하며 신나 하곤 했다. 예쁜 미소와 조금 느린듯한 말투, 온몸에 밴 친절과 배려심은 그의 고객들을 감동시키고도 남을 것이었다.


주변 지인들, 가족과 친구들은 응원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최고 대학 최고 학과를 나와 자전거 수리점이라니!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와 나는 현실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살아도 좋겠다는 그런 섬 같은 별개의 라인이었다. 그땐 내 일에 바빠 조금 어둡고 과묵해진 그를 그냥 바라보다가 그가 빛을 찾기를 바라며 어영부영 내가 거리를 둔 것 같았다. 내 기억은 그랬다.


먼 과거가 나를 깨우는 사건들, 거기서부터 정리를 하라는 건지 다시 시작을 하라는 건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20년도 지난 시간이 잠시라도 나를 두드렸다는 것은, 내가 남겼던 그 시간들이 '사람'과 함께였다는 것을, 앞으로도 '사람'과 함께 하라는 계시 같은 것이 아닐까. 두려워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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