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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Sep 10. 2024

꿈결같이

김광석의 거리에서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버린 후


- '거리에서' 중, 김광석 노래


My darling, in serene beauty,

As if nothing happened at all,

Left for some far unknown place,

A place I cannot truly know.


- 마음대로 반역 by 희수공원




그런 일들은 가라앉은 드라이아이스의 허무한 풀썩거림으로 불안하게 마음을 헤적인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고 마음대로 정할 수도 없는 회색의 시간들이 가 닿아야 할 공간을 항상 그만큼의 거리에 두고 있다.


어디로든 내딛어도 될 그 사이에 서서 나만 생각하는 혼자라도 편하겠지, 너만 바라보는 결정이라도 괜찮겠지, 그들이 하라는 대로 가도 나쁘지는 않겠지, 결국 가야 할 길은 어느새 걷게 된다는 거다.


김광석은 그 거리에서 무얼 했을까, 그는 거리를 헤매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오래전 허무하게 떠난 곳으로 목을 길게 빼며, 지금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나의 처지를 던져둔다. 아무려면 어떤가.


아니, 아무려면 어떻지 않아서 가슴에 일렁이는 잔물결마저 불안한 거다. 지금 그대로 내가 어떤지 생각하는 거다. 그렇게 자신을 위안하고 다독이며 지금 내가 이렇구나 가득 느껴보는 거다.


이청준을 읽었을 때 마음껏 꿈꾸던 그의 이어도가 옴짝달싹 못하는 김광석의 거리와 중첩되며 더 짙고 경계를 알 수 없는 곳에 멈추어 서있게 한다. 지금 내가 그렇다. 의지가 닿지 않는 모호한 그 거리에서.


시간이 해결하지.

Time heals everything.


모든 일에는 어떤 이유가 있으니까.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내가 결코 닿지 못하는 이유일지라도...

Though that's the reason I cannot r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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