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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Sep 13. 2024

웨이트리스

눈 맞춤

오랜만에 내 정면을 직선으로 타고 들어와 눈을 맞추며 쳐다보는 타인을 만났다. 뚫어져야 마땅한데 오늘을 뚫어져 줄 기분이 아니다.


뭐가 그리 신기한지.


고운 밀크 초콜릿 향기가 날 것 같은 그녀의 매혹적인 피부가 조근조근 나를 향해 움직인다. 귀를 맞추는 각도가 아직 언어가 서툴다는 의미다.


기름진 몸뚱이로 바다 살이에 지치고 지쳐 드디어 다다른 곳 일식집 도자기 접시, 너도 참 힘든 삶이다. 내 하루도 그랬다.

 

가슴이 산산이 부서진 날에는 맨 정신을 견디는 게 가능하지 않으니 거리를 돌고 돌다 지친 눈물 받아 들고 빈 주막에 기어든다.


인도가 아닌 곳에서 마주친 인도 여인은 혼술 하는 여자 사람을 처음 보는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당신 여기 초짜구나.


초짜가 좋다, 당신 같은.


첫 바닥 호기심에, 사람 사는 세상이 가랑이 벌리고 널브러져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다. 나 같이 얼룩진 얼굴을 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느끼게 되는 거다.


당신도 널브러지거 얼룩질 테니 너무 성급히 나를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사는 게 그런 거다.


나를 반기던 웨이트리스 주방에서 목인사를 한다. 승진인 건가 강등인 건가 주방을 끊은 지 꽤 오래된 나는 아마도 벌 일지도 모른다고 엉뚱하게 결론 냈다.


많은 여인들이 주방에서 스스로 꽃을 떨군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주방에서 행복해한다.

당신도 그 주방에서 마음껏 신났으면 좋겠다.


인도 여인의 손길마다 걱정의 눈길이 나를 채운다. 접시 개수마다 감사합니다를 맞춰주며 나는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말라 속전한다.


퍼즐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아 가슴이 쏟아진 날이라 내게 주는 위로에 알코올 도수를 맞춰보는 거다. 비겁하게 잠시 피해 보는 거다.

 

왜 누구에게나 그런 날 지 않은가.


내가 대신 춤춰주고 내가 대신 아파주고 내가 대신 뛰어주고 내가 대신 숨 참으며 차라리 내가 낫다 답답한 가슴을 견뎌낸다.


여인아, 나는 괜찮다. 정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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