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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Sep 21. 2024

자유로

새벽

긴 한강 다리를 건너자마자 더 세게 내리 꽂히는 비가 차에 굉음으로 부딪힌다. 토요일 새벽은 그래도 좋다. 늘은 그런 날이다.


자유로는 바다가 되었다. 다란 트럭이나 버스 사이를 달리지만 않으면 된다. 욕심을 내 그 사이를 달렸다가는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 공포를 즐길 수 있다.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는 스릴러다.


여름도 다 지났으니 공포 스릴러를 사양한다. 그래도 모험은 여전하다. 도로에 빗물이 그대로 넘실거리니 달리면서 흰 파도를 탄다.


앞 차의 새하얀 물보라를 따라 나도 한판 액셀을 밟아본다. 휘청거리는 차에 간이 밖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자유로 첫 휴게소 서 영원히 휴식할 뻔했다.


새벽길에 만난 작은 트럭, 그 트럭 높이만큼 가득 실은 짐을 보며 사는 일이 참 만만치 않다는 짠함이 밀려왔다.


일하는 사람은 고귀하다.


자기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정신적으로 스스로 위안하며 꿋꿋하게 원하는 곳으로 한 발 더 디딜 수 있는 사람


사회적으로 같이 해야 할 때 기꺼이 자신을 내어 주며 손 잡는 사람


경제적으로 넘치지도 않으며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자기 돌봄이 가능한 사람


그렇게 건전하게 건강하게 살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마음과 손을 내미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그런 곳의 적절한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간절함을 현실이 따르지 못해 항상 겉돌지만 괜찮다 괜찮다 하며 더 용기 내본다.


생각이 많은 토요일 아침 드라이빙 끝길에 향 좋은 커피가 있는 곳에 왔다. 커피 향에 싸여 글을 쓰는 이 벅찬 행복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한다.

 

심심하기 위해 행복할 거야.

여유롭기 위해 사랑할 거야.

오롯한 쉼을 향해 떠날 거야.


그렇게 오늘도 훌쩍 새벽을 떠나 흠뻑 비 내리는 자유로를 천천히 달려 닿고 싶은 곳에 머물다 간다.


제대로 머물고 싶다. 어디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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