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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몫의 견인

꿈의 해석

by 희수공원 Oct 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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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이 썼다. 편두통이 왔다. 아, 꿈이었구나. 새벽의 뒤척임은 생생하게 남은 꿈으로 멈추었다.


어떤 암시를 주는 건가. 무언가 찾아야 하는 건지,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 건지 온통 뿌연 새벽이었다.


주차할 때부터 불안하긴 했다. 주차 칸에 온전히 들어가지 못하고 앞바퀴만 걸쳐두고 어딘가를 갔다가 오니 차가 없었다. 주위를 빙빙 돌다가 돌에 눌러놓은 종이 몇 장이 바닥에서 팔랑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견인되었으니 찾으러 오라는 메시지였다. 오라는 곳에 도착했지만 내 차는 없었다. 헤매고 또 헤매다 울상이 되어...


꿈에서 깼지만 왼쪽 뇌를 맞은 듯한 멍한 편두통에다 타는 마음에 마른침을 삼켰다. 차를 어디에 세웠더라? 지난밤 주차한 곳을 기억해 내고 안도했다. 제대로 된 주차 칸에서 얌전할 것이다.


꿈 해몽을 대강 검색해 봤다.

차가 [견인되었으니] 관공서에서 뭔가 안 좋은 소식이 날아올 것이다.

차가 [없어진 것이니] 앞으로 좋지 않은 사고가 있을 것이니 조심하라.

견인된 차를 [못 찾았으니] 마음에 해결되지 않을 문제가 생길 것이다.

불안하게 [헤매었으니] 뭔가 불길한 일이 생겨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에 허무한 웃음이 났다. 나도 할 만한 해몽인걸?


꿈을 꾼 사람의 현재의 심리나 상황과는 상관없이, 견인된 사실에 중점을 두거나 없어졌다는 부정적 감정에 초점을 맞추거나 못 찾았다는 것에 대한 해설이거나 불안한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어디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따라 해석이 모두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내가 꿈 해몽가라면 내 꿈을 어떻게 해석을 할까. 먼저 최근의 상황과 심리를 들여다볼 것이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내 차다. 그런데 요즘 주차를 하고 어디에 했는지 못 찾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딴생각을 하며 주차를 하고는 매번 주차했던 근처를 돌다가 혹시나 했던 곳에서 차를 찾는다.  


'내가 저런 곳에 주차할리가 없어! '라고 할 만한 곳에서 내 차를 발견하면 마치 세상의 종말이 온 듯 충격이다. 해가 쨍쨍 내리는 곳에 주차하느니 지하 주차장 구석에 넣곤 하는데 해를 다 받아 차가 부어오른 듯 뜨하게 팽창한 차를 보고는 울상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런 최근 심리를 볼 때 나의 꿈은 주차한 장소에 대한 불안을 나타낸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만의 해결책은 주차 후 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다.


오늘은 광장이야!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나무 밑!

오늘은 지하 주차장 물 새는 천정 오른쪽!


하지만 검색한 해몽처럼, 관공서에서 나쁜 소식이 날아들거나 좋지 않은 사고가 나면 그건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선으로 대응하면 된다.


또한, 해결되지 않을 마음의 문제나 불길한 일이라며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일을 뭐 하러 걱정해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마음을 다독이며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인생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던가?


어차피 견인(牽引)이라는 말도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당긴다는 의미다. 거기에 심리적 견인(堅忍), 끝까지 꿋꿋하게 견디어 내면 되는 것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기쁘고 신나는 일 가득이었다.


그러고 보니 꿈의 유효기간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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