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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덮밥설

예술

by 희수공원

쿠르트의 이모처럼 꼿꼿하게 앉아 장어를 추억한다.


너무 부드러워 나무젓가락이 닿았는지도 알 수 없던 그 흰 살을 오물거리며 내쉬는 센슈얼한 날 숨, 긴 콧구멍을 지나 먼지 가득한 공기를 뚫고 스르르 흩어지는 자유가 예술일 거다. 거기서부터가 예술인 거다. 폭발하며 끓어오르는 자유의 산파...


미끄덩한 껍질을 벗기는 순간 가여우리만큼 여린 뽀얀 살점을 진상한다. 장어를 먹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십 년 전쯤 장어를 맛보았다면 글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크리스털 재떨이로 내 머리를 찧었을 거다.


그렇게 흥분으로 녹아들어 혀를 마비시키다니!


강황을 듬뿍 넣은 밥을 있는 힘껏 누르고 있었다. 활짝 몸을 열고 부끄러운 듯 끈적한 브라운소스를 덕지덕지 바르고 밤 사이의 질척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숨 막혀 노랑이 되어버린 밥을 달래는 듯 균일한 길이로 그어놓은 칼집을 따라 장어살을 들어낸다.


풋! 터지며 휘발되는 강황의 향이 첫 예술을 시작한다. 나는 간다, 안녕! 노랑이 공기 중으로 퍼지면 누워있던 흰 살 장어는 예술이 될 구실을 찾느라 애타게 젓가락을 기다린다.


알코올 향이 뿌려지지 않아도 입술을 마시니 취기 오른 폭신함으로 어두운 터널을 달린다. 흠... 후... 빠져나온 장어의 뽀얀 살의 향이 위로 위로 구름을 지날 것이다.


그런 자유가 예술하게 되는 거다.


머리 없는 덮밥

꼬리 쳐낸 장어

하얀 폭신함에

휘발하는 향기

그럼에도 예술


처먹이는 사료

손아귀에 미끈

따가운 소금기

쓰라린 피부에

브라운 끈적임

도자기 상자에

들여앉혀 신음

강황을 발라서

눈으로 웃으며

만족하는 절망


세상에 예술이 아닌 이유는 백만가지다.

이래라저래라 맞춰라 쪼개라 싫어라 울어라.


나나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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