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파티

by 수의서재

설로인 스테이크는 큰 접시에 미디엄으로 두고 장식을 화려하게 하지는 않았다. 희서는 미국에서도 생일이 오면 꼭 설로인 스테이크를 만들어 혼자 축하 파티를 하곤 했었다. 건조한 삶에 단 하루의 사치를 부려도 좋은 그런 날, 강하고 매운 오크 맛과 부드러운 탄닌의 와인을 곁들여 잔뜩 취기 오른 밤을 재즈 음악에 묻혀 보내곤 했다. 그 땐 혼자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준하의 진하고 묵직한 말벡 와인과 미주가 준비해온 치즈들이 잘 어울렸다. 특히 숙성을 오래한 고다 치즈는 깊이 있는 와인과 딱 어울려 작은 홈 파티를 더 즐겁게 빛내 주었다.


“그런데 사제가 되면 술은 못 먹는거 아냐?”


미주가 동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글쎄, 카톨릭에서 와인은 그냥 술이 아니고 종교적인 의미가 깊지. 미사 때 쓰는 와인은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이랑 관련 있다고 들었는데 맞지?”

“인간의 죄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예수님께서 흘리신 피의 상징이라고 해.”


준하의 덧붙인 설명에 동후는 짧게 한 마디 하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인간의 죄에 대한 속죄…”


준하가 동후의 말을 되풀이하자 동후가 고개를 돌려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대며 고통스러운 듯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예민한 희서를 빼고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파티는 흥겨웠고 흐르는 재즈도 완벽했다. 미주와 준하가 작은 거실을 돌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고 희서는 마냥 행복했다. 친구들이 돌아 갈 때 직접 만들어 준비한 초콜렛을 작은 병에 담아 감사의 표시로 선물했다. 미국에서도 생일날이면 수업에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캔디나 초콜렛을 주곤했다. 일상처럼 건네는 달콤함이 희서 자신에게 주는 충만한 생일 선물이라 여겼다.


늘 그렇듯 파티가 끝나면 한동안 몰아치는 허전함을 견뎌내야 했다. 혼자의 익숙함은 파티 후 깊은 쓸쓸함마저 단단히 마주보게 하진 못했다. 거실 소파 한편에 앉아 여전히 흐르는 재즈에 눈을 감고 마음을 묻으며 친구들과 함께 했던 파티의 온기를 기억해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때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에 비치는 준하를 확인하고 희서는 한참을 그냥 서 있었다. 준하도 다시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 서로를 확인하는 작은 창을 사이에 두고 예기치 못한 당황과 긴장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희서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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