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뜨거우면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몸이 아프면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잠을 못 자면 열이 납니다. 그래서 잠이 뜨거우면 마음도 몸도 쉴 수 없습니다.
어떤 일에 신경을 쓰다 보면 마음이 여기상태가 됩니다. 과학 용어로 여기상태는 밑바닥으로부터 떠있는 상태나 부딪혀 복합 알갱이가 생기면서 흥분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영어로는 excited state, excitation으로 표시합니다. 이 여기상태가 되면 마음과 몸이 후텁하여 잠이 저만치서 바라만 보며 오지 않아요.
저는 보통 7시간 자려고 노력합니다. 4시간, 5시간,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예민한 좀비가 되어 주변을 불 지르며 삽니다. 아무도 다가오지 못해요. 심지어 가족도요. 제게 잠은 생명이고 보약이라고 한의사가 그러더군요. 잠 못 자면 사고친다고 합니다. 판단력이 흐려져서 신호등 색깔 구분을 잘 못합니다.
잠이 줄면 몸이 수축하여 건조해지면서 매우 예민해집니다. 보통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을 때 뭔가 미진할 때, 잠열이 저를 깨웁니다. 몽롱한 몸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컴퓨터를 켜고 브런치를 클릭하다 실수를 했더군요. 뒤늦게 눈치채고 머리를 쥐어뜯지요.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새벽 1시에 누워 4시에 일어나서, 오늘 하루 저는 죽었습니다. 좀비가 됩니다. 잠에 패해 벌을 받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할 일을 미루지 말았어야지. 오지랖 부리지 말았어야지. 마음을 꼭 붙잡고 있었어야지....
오늘은 화장을 좀 더 진하게 해서 잠 못 잔 좀비를 가리고, 귀 옆에 꽃도 얹겠습니다. 오늘 나 건드리지 마라.
숱한 이불킥을 하면서도, 리듬을 잘 관리하며 살아야겠다 하면서도, 잠에는 백전백패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잠을 잘 자는 방법은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