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발작 버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Sep 06. 2023

도돌이 돼지

사과너츠요거트1커피2오설록티1

어떻게 하면 살이 빠지는지 알아요. 제 신체 기능과 리듬을 오래 살핀 끝에 알아낸 거예요. 사과 너츠 요거트 150g으로 2그릇, 커피 2잔, 오설록티 1잔으로 하루를 살면 돼요. 기분 좋을 때 4주 정도 식단 유지하면 4kg쯤 빠져요.


사과너츠요거트 식단으로 3주쯤 인내하면서 운동까지 같이 하면 근육이 뼈에 촤악 붙는 팽팽함도 느낄 수 있어요. 튼튼해지는 느낌에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죠. 오, 나도 할 수 있다니까!


이 옷 저 옷 바꿔 입으며 거울 앞에서 우아하게 포즈도 잡아보다가, 저 자신에게 더 큰 축하를 하러 백화점에 갑니다. 예쁘게 맞는 옷 같은 디자인으로 색깔 별로 사 와서 며칠간 행복에 옷을 갈아입습니다.


어디 인생이 마음대로 되던가요? 한 달이 고비예요.


불량식품 결핍은 스트레스를 낳아요. 정서 조절을 잘해서 넘기면 좋겠지만 기쁜 일, 슬픈 일을 갈망하고 있는 몸의 욕구를 간파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아요. 뭐라고? 네가 어저께 드디어 자정 전에 잤다고? 츄카츄카! 가까운 마트에 뛰어가 와인 한 병 삽니다.


무엇을 먹으면 하루에도 2kg나 불어나는지 알아요. 술과 밀가루 음식이에요. 일단 한 모금, 한 입 들어가면 충동 조절 불가, 꽤 많이 먹죠. 와인 3잔, 큰 접시 크림 파스타 접시까지 와작와작 먹을 태세예요.


어제 야식 때문인가? 오늘은 몸이 왜 이렇게 찌뿌둥하지? 머리도 무겁고. 운동 하루 쉰다고 지구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만 딱 하루만 쉬자며 관대해집니다.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하루 종일 쳐지기만 하니, 단골 카페로 고고, 역시 카라멜마키아또랑 초코칩쿠키, 대박, 너무 행복하다. 사는 게 뭐냐고, 별거 있냐고.


본연의 돼지로 귀환하며 흥얼흥얼 살다가 갑자기 현타 옵니다. 한 달 전 무게에 체중계가 잘못되었나 들었다 놨다 합니다. 무거운 생활에 계단 오를 때마다 무릎에 묵직한 통증을 느낍니다. 다시 시작합니다.


건강하게 살아야지! 아자!


사과 너츠 요거트 150g으로 2그릇, 커피 2잔, 오설록티 1잔으로 극한 인내의 하루를 다시 시작합니다. 이틀 째부터 할 만합니다. 일주일쯤 되면 몸과 마음이 편합니다. 체중계도 친절합니다. 곧 목표를 이룰거예요.


4주 차쯤 되었을 때, 남편이 결심했다며 흥분해서 말을 겁니다.


"나 빵 만드는 거 배우기로 했어!"


아아아아~악!


도돌이 돼지! 다시 확정입니다!


대문 사진 - 남편이 만들어 온 통밀빵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스토리 팀에게 드리는 글 (feat. 운영정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