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박선영 · 정예원 지음, 김푸른 그림, 2025, 주니어마리
마지막 수업 - '낱말을 보고 상상하고 이야기해요'
2025년 9월의 마지막 금요일, 희수 공원의 영어 교실 마지막 수업을 했습니다.
학습 심리 상담을 하면서 영어를 보너스로 도와주려다, 상가 계약을 엉뚱하게 해서 영어 교실로 열고 필요할 때 마음을 돌봐주기로 급반전한 오픈 스토리가 여전히 자생적 문제 발생형 제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언어 학습 및 습득 이론을 오래 강의하면서 이론적으로 확고한 토대에 맞추어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려는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큰 도전과 희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마음 돌봄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되었어요. 공감과 다독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7년 10개월 전 오픈했는데 올해 아이들이 대부분 중학교에 들어갔어요. 학교에서는 벌써 수능 위주의 시험을 보더군요. 오래전 대학원 다니며 고3 학생 가르치듯이 제 학생들을 가르칠 자신이 없어서 시험 시스템이 좋은 곳으로 옮기라 7월에 공지를 했습니다. 금세 다 그만둘 줄 알았는데 아이들 다섯 명이 끝까지 같이 했어요.
가장 어린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생과 네 명의 중학생, 모국어인 한국어가 최고 우선이다 항상 강조했어요. 영어는 모국어인 한국어 능력보다 더 나아질 수 없어요. 인지적으로 언어적으로 먼저 모국어가 성숙해야 해요.
영어 교실에서 한국어 소설이나 에세이, 시를 읽히는 것에 대해 항상 자부심이 있었어요. 다문화 어린이에게 특히 더 도움이 되었는데, 작년 박선영 선생님의 첫 출간 책으로 수업을 하면서 사고를 확장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확신했지요. 집에서 엄마랑 또는 학원에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도 좋아요.
마지막 수업 바로 전날 기적처럼 도착한 작가님의 두 번째 출간책의 목차를 보면서 수업을 계획했어요.
다섯 아이 각자 마음에 드는 단어 하나씩 골랐어요. 아니 그런데 제일 어린 친구가 고른 단어가 '인생'이라뇨. 하하! 단짝, 별, 벚꽃, 인생, 사랑하다, 예쁜 단어들이 벌써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집에서 막 한글을 읽으며 배우는 아이와 해도 좋겠어요. 하지만 숙제하듯이 '하루에 두 페이지씩 마치자' 방식보다는, 엄마가 먼저 곰곰 호기심 가득 책을 펼쳐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가 궁금해서 기웃기웃하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예요. 무엇이든 숙제로는 하기 싫으니까요.
아이 생각을 그물로 떠올려 행복하게 고민하며 추억의 공간으로 남겨둘 수 있어요. 나중에 커서 같이 읽으면 엄마랑 아이가 행복한 기억을 나누며 얼마나 기쁠까요. 그때는 더 자란 생각을 옆에 메모할 수도 있을 거예요.
저희 영어 교실 아이들이 쓴 걸 보면서 한참 웃기도 하고 생각도 많았어요. 아이들이 자란 환경도 보이고 지내고 있는 현재도 상상이 되어서 혼자 읽고 또 읽으며 신났었어요.
마지막 수업 후 파티 전에 같이 했던 활동인데 아이들에게는 '쑤우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했더니 나름 고민하며 적더라고요. 제겐 보물 같은 아이들♡입니다.
'단짝'하면 떠오르는 '바보'라는 단어에 미소가 나고, '벚꽃'을 던지며 싸움하겠다는 아이를 생각하며 웃었어요. '사랑하다'를 고른 중학교 2학년 아이는 '누군가를 걱정하고 계속 기억에 남는 기분, 생각하다 보면 그 끝이 어떤 사람을 향해 있는 것'이라고 써서 마음 깊이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제가 가장 빵! 빵! 터진 건 가장 어린아이가 고른 '인생'이라는 단어였어요.
'인생'이란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곳이다.
'인생'하면 떠오르는 말은 '앞길'과 '빛'
'인생'을 맛으로 표현하면 '약'과 '사탕, ' 어떨 땐 쓰고 어떨 땐 달고
'인생'을 넣어 글짓기를 하면 '인생은 빛이자 어둠'
쫑파티 두 달 전부터, 올 때마다 남은 날을 세던 아이였어요. 그럴 때마다 미안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이 녀석은 정말 인생을 아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마음이 짠했어요. 하지만 미래의 철학자를 상상하게 되어 가슴 뛰었어요.
저의 아이들이 떠나고 저도 시간과 공간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큰 운명처럼 마지막 수업에서 박선영 선생님의 책을 아이들과 같이 나누게 되어 기뻤습니다. 왼쪽의 다람이 사전의 생각이랑 국어사전의 정의도 흥미롭습니다. 이 책 두 권은 워크북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엄마랑 놀이하듯이 하면 좋습니다. 엄마 옆에 엎드려 쫑알쫑알 신난 아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유창하고 깊게 생각을 부르는 사전이니까 어른들도 같이 나누며 친해질 수 있겠어요.
모두들 행복할 거예요, 아이의 언어를 기쁜 추억으로 기록할 수 있는 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