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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포제션

영화에서 너에게 INTO

by 희수공원

최근 본 영화 포제션(POSSESSION by 안드레이 줄랍스키, 1981, 2025 재개봉)은 석고로 하얗게 빚은 듯한 이자벨 아자니가 나온다. '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야!' 마구 얻어맞은 얼굴은 시뻘겋게 시퍼렇게 우굴거리다가 한참 길거리를 돌다 보니 정리가 된다. 우리도 그래.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스포일러는 꿀꺽 삼킨다.


불화, 공허, 맹신, 소유, 집착, 빙의, 핏줄, 갈망, 그리고 너, 그다음 나...


혼자 중얼거린다. I've been possessed into you. 어디에선가 누군가 들었을 그 영어를 영화가 허락한다. 그런 사람이다. 어느 시인이 쓴 '님'이라는 의미가 하나가 아니듯 'you'라는 것이 물리적인 '너'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거 그냥 '너!'


영어 possession은 물리적 소유, 사실적 점유, 영적인 지배의 의미를 가지는데 비슷하게 쓸 것만 같은 obsession은 내적인 갈증, 심리적 충동, 감정적 고착에 쓴다. 그런 의미에서 외적 지배로부터 내적 침탈이나 파괴 본능까지 이르는 제목 possession은 영화를 보고 나서 더 타당하게 잘 지었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I've been possessed into you. 는 통상의 영어 문법으로는 옳지 않은 문장이다. 그러나 은유를 허락하는 문학적 의미로 더 집착적이고 광기스럽게 화자를 채운다, 청자와는 관련 없이. 영화 미저리(Misery, 1990, 롭 라이너 감독)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내가 너에게 몰입하는데 말이야, 우린 하나가 될 거야, 내가 움직여 네게 스며들어가는 것을 보게 될 거야. 사실 미저리도 거기까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나는 영어 모국어 화자가 아니고 영어가 좋아서 수십 년을 물어뜯고 다이빙하며 살기 때문에 한 단어에 호기심이 생기면 책장에 꽂힌 열몇 권의 한영영한영영사전을 모조리 뒤지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엔 AI와 전쟁을 한다. 내가 쓴 의미는 이건데 왜 안돼! 더 찾아봐, 옛날 문서도 찾아보고 논문도, 새로운 시각도... 뻥칠 생각 말고 출처도 알려주고! 많은 경우 출처도 뻥이긴 하다.


지쳐 보이는 AI가 연신 Oh, great question! 이러면서 자료를 내놓을 때 결국 끝은, 문학적으로 비유하려면 가능하기도 한데 그럴 때 의미는 이런 거야 그런다. 물리적 움직이는 moving의 의미를 담아 마치 물이 흘러 바다에 스며 온전한 하나를 꿈꾸듯이. 아 얼마나 멋진 집착적 의미의 흐름인가.


심리적 물리적 광기의 영화 POSSESSION (1981, 2025)이 내게 남긴 광기다, 영어 전치사, INTO! 온전을 향한 방향과 변화로의 몰입



포스터 from IMDb (Internet Movie Datab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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