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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지금 왜 만연체의 작가인가

by 이숲오 eSOOPo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 작가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선정되었다


작년 한강의 수상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흘렀다니 놀라운 시간의 속도감


낯선 이름이었고 특히 헝가리의 현대문학은 접할 기회가 없어서 검색을 해보니 평론가 수잔 손택의 극찬이 눈에 띈다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


조금 더 들어가보니 10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글자가 모여 단어가 되고, 그 단어들이 모여 짧은 문장이 되고,
그 문장들이 더 길어져 아주 긴 문장을 써왔습니다. 언어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지옥 속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제 작품이죠.


실제로 그의 문장들은 만연체로 쓰여져 있다고 한다


심리적 난독증이 깊고 짧은 문장에 현혹되는 요즘 이 시대에 왜 긴 호흡의 문장을 쓰는 작가에서 주목했을까


하나의 장면을 길고도 길게 찍은 롱테이크의 영상들로 가득 채워진 7시간 18분짜리 영화처럼(1994년 벨라 타르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원작을 바탕으로 438분짜리 영화'사탄 탱고'를 찍었다) 독자를 지치게 만드는 소설에 왜 손을 들어주었을까


잠깐만 집중을 놓아버려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어야 하는 이 책을 우리에게 지금 왜 필요한가를 자꾸 되뇌이게 한다


어쩌면 만연체는 인간만이 가지는 가장 고귀한 능력인 깊은 사색의 종말에 대한 경고는 아닐까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자신의 책 속 깊고 깊은 문장의 숲을 헤매이다 돌아온 현실에서 얻는 아름다운 고통의 경지를 경험해야할 요즘의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평상시 가벼운 책들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유로 선뜻 구매했다가 자신의 독서능력에 금세 소장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출판사측의 경고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만만치 않은 저 높은 장벽의 책을 어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나는 어느 지점에서 나가 떨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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