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Oct 11. 2024
그러니까 6년 전 이맘때쯤 춘천으로 가고 있었다.
그 당시 국내문학계 권위 있는 상 중의 하나였던 김유정 문학상 열두 번째 수상자로 한강 작가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주최 측으로부터 전해 들으며 이 행사의 사회를 요청받은 상태였다.
그를 장편소설가 혹은 시인으로 알고 있던 차에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주는 이 상을 수상한다는 점이 의아했는데 존재와 소멸의 아름다운 경계를 다룬 <작별>이라는 작은 소설이 있음을 알았다.
나는 행사의 여는 인사로 110년 만에 폭염이었던 지난여름과 김유정 탄생 110주년을 연결해 김유정 문학상과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대독한 상패에 박힌 문구를 애써 떠올려 보면 이렇다.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의 경계를 한 꺼풀씩 벗겨 나가며 인간과 사물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존재와 소멸의 경계를 이 소설을 통해 슬프도록 아름답게 재현해 놓음으로써 서사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한국문학에 크게 이바지하였기에...
그는 약간 잿빛 바바리 외투를 걸치고 옅은 화장기 있는 담담한 얼굴로 단상에 올라 이렇게 수상소감을 짧게 말하고 내려왔던 것 같다.
그녀(소설 주인공)는 녹아 사라졌지만 아직 녹지 않은 저는 그 질문들을 지금도 끌어안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이 세계에서 끝끝내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천천히,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시상식 후 김유정 문학촌 한 켠에서 찍은 그와의 사진을 꺼내 찬찬히 보면서 그의 시를 떠올린다.
어린 새가 날아가는 걸 보았다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
나또한 노벨문학상 수상을 그의 다섯번 놀람처럼 놀라워하는 중이다.
*한강 시<이천오년 오월 삼십일, 제주의 봄바다는 햇빛이 반. 물고기 비늘 같은 바람은 소금기를 힘차게 내 몸에 끼얹으며, 이제부터 네 삶은 덤이라고>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