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카카오톡 단톡방에 뜬금없는 메시지 한 건이 올라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소설가 한강 씨가 올해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처음엔 설마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간의 일들로 봤을 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가령 고은 씨가 자주 후보로 거론되긴 했어도 아무래도 국가의 위상을 감안한다면 요원한 일이라 여겼습니다. 만약 수상자가 우리나라에서 나온다고 해도 꽤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그런 소식을 접하고 나니 일단 우리의 국격도 그동안 많이 신장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후보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공정하게 심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각 후보의 자국의 입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글쎄요, 이렇게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으나, 거기만큼은 불가침 영역의 성역이라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사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나라 최초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지만 글쎄요, 제 개인적으로는 그리 신뢰감이 들지 않는 편이라, 저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 터라 이번 소식이 더더욱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어딜 가서든 드디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탄생했다고 말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맨부커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2개나 수상하게 된 건 한강 씨 개인적으로야 얼마가 그 영예가 클까요? 아마도 이에 못지않은 국가적인 자랑이자 쾌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또 언제 이런 영광스러운 날이 올 수 있을까요?
노벨문학상의 분위기를 실감하기라도 한 듯 지금 주요 대형서점에선 그녀의 작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고, 급기야 한강 씨의 작품만 소개하는 단독 매대가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사실은 그녀의 작품을 두 권 정도 읽다가 말았지만, 이 기회에 제대로 마음을 다잡고 읽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장르 문학이 아닌 순문학(순수문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고, 어쩌면 독서 인구가 일시적으로나마 증가할 수 있다면 그건 또 하나의 수확이 아니겠나 싶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그녀의 행적과 노고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한동안은 한강 씨의 얘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것 같습니다. 실로 믿기 어려운 힘든 쾌거를 이루어낸 그녀가 더욱 대단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