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릴 때 떠난 것들이 항상 옳고 나쁘다
선풍기 날개가 오른쪽으로 돌 때가 시원할까 왼쪽으로 돌 때가 더 시원할까의 궁금증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서 넣어둔다
답이 없는 질문은 끝이 없고
답을 놓친 질문은 여기 있다
반복을 동일한 반복으로 읽는 어리석움을 바라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지 않은 채로 잡아야 그립감이 좋다
그림자는 잡는 게 아니라 올라타는 것
늘상 자세만 보아도 욕망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의자의 바닥은 등에게는 가져보지 못한 질문이다
우산의 안쪽은 비에게는 비밀 투성이
있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빈번한가
기념하든 추념하든 나의 고개와 걸음은 난감하다
빗속에서는 큰소리도 귀엣말 같아
너무 다행이다
자꾸 실수해서
빗방울이 흡음재였으면 했는데
못 들었다는 너의 표정이 이미 들은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