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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맞추기

그 조각의 끝에는 끝이 없다

by 희수공원

종착역이 있는 한계성의 안정을 구석에 치워둔다. 유혹의 가장자리, 그 벽을 넘어가지 않고도 살 수 있다. 다만, 그 벽이 뚫리지 않아야만 한다. 무너지지 않는 안락함에 담가진 치명적인 안정을 거부한다.


고착 안정 희열 칭찬 자만 안주 오만 도취 허세 기만의 늪에서는 애써 퍼즐 조각을 찾지 않는다.


방어는 뚫릴만한 곳을 향하지만 그 자체는 언제나 허술하다. 그래서 넓어지고 깊어지고 고뇌하는 거다. 방어를 방어하지 말아야 더 크게 방어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퍼즐을 시작할 때의 흥분을 잊지 않는다. 섣불리 시작하는 경우는 없었다. 한 조각을 심장으로 찍어 올릴 때는 다가올 수많은 조각의 날, 그 예리함으로 인한 상처까지도 예후로 품는다.


작은 조각, 두툼한 조각, 찢어진, 뜨거운, 노련한, 갈라진, 드러나는, 맞는, 아픈 그런 모든 조각을 모으며 수줍었다가 물러났다가 행복했다가 오열했다가 끝내 잦아들어 차분해진다.


포기가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작고 두툼한 조각들이 스스로 쓸모를 찾고 다가와 하나가 되기를 말이다. 뜨거움이 잦아들고 타들어간 눈을 다시 뜨고 원하는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잠시 내밀었던 손을 가슴에 구겨 넣고 얼마간 서 있으려는 것이다. 내게 오는 그림이 그랬고 내가 읽은 책들이 그랬고 내가 만난 아이와 어른,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들이 모두 그랬다.


내가 만들어가는 퍼즐이었다. 여전히 미완성으로 대부분 남아 아직도 맞추는 중이라 믿고 싶은 시간이다. '혼자'라는 디폴트를 각인시키며 '혼자'가 아닐까 봐 두려워하던 날들이다.


퍼즐을 다 맞추고 나서 전부가 된 그 '존재'로 인해 '혼자'라는 딱지가 떨어지는 날, 그건 시간의 끝이거나 비존재로의 회귀일 것이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직감하는 순간 방어는 다시 시작된다.


퍼즐은 맞춰지지 않는 거라며 조금은 비겁하게 노트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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