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자처럼 대상 앞에 멈추어 서서 바라본다
그 무수한 꽃들을 보고도 노래 한소절 짓지 못할까
그 무수한 별들을 보고도 싯구 한마디 읊지 못할까
그 무수한 날들을 살고도 마음 한바닥 열지 못할까
그 무수한 길들을 걷고도 그대 마음에 닿지 못할까
너무나 무수해서
너무나 무심해서
낱낱의 눈부심을 보지 못했네
낱낱의 소중함을 놓쳐 버렸네
가느다란 가을 속 마지막 짙은 가을날 11월이다
가장 다정하게 돌아보고 한참을 바라보기 좋은 달
11월은 나란해지기로 한다
정초 세운 계획들 앞에서
그간 잊은 고마움 앞에서
지금 앞의 대상들 앞에서
쓰는 글의 여백들 앞에서
1부터 30까지 이유 있는 나란함으로 보내고 싶다
부지런히 나란함만으로도 잘 날아갈 것 같다
이달에는 함부로 저지르지 말고 나란하게 정돈하자
여름에 감춰둔 소매들을 나란히 장착하고 나선다
새삼 학창 시절 조회시간 운동장에서 귀찮아하며 앞으로 나란히 하던 그때가 고맙고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