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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말이다

내 말이 그 말이야

by 이숲오 eSOOPo

말 한마디가 호흡을 정돈한다

말 한마디가 마음을 고쳐본다

말 한마디가 시선을 다듬는다

말 한마디가 걸음을 다스린다

말 한마디가 표정을 수정한다

말 한마리가 저기로 달려간다


내 혀 속의 말도 저 해 아래 말처럼
고삐가 있었으면 좋겠다


말마다 발이 생겨나고

말마다 갈기가 자라고

말마다 꼬리가 나오고

말마다 얼굴이 길어지고

말마다 수염이 예민해지고

말마다 귀가 솟아나고

말이 말과 같은 말인 것은 어쩌면 둘다 태생이 같은 탓


뒷담화는 말의 뒤쪽만큼 위험하긴 마찬가지


말도 싸우는 군마가 있듯이 나의 말도 가끔은 전투용

불편한 전화를 하고

반가운 손님을 맞고

늦가을의 바람같은 시간을 보내는 휴일의 오후


약속도 아닌 언약을 하고

질서도 아닌 긴줄을 선다


아무리 고맙다고 전해도 부족한 사이

아무리 멱살을 잡아도 뒤끝없는 사이

알수록 더 모르겠는

몰라서 차라리 다행인

저 좁은 골목을 돌면 우리집이 있어요

꼭 한번 들르세요

드리고 싶은 꽃차가 꽃마차 가득 있으니

홀씨처럼 무심코 날아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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