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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02. 2024

말의 핍진성

0874

공들이는 프로젝트가 어느덧 코 앞까지 다가왔다


한 달은 더디 갔으나 일 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모든 일이 닥쳐서 하는 부분이 구 할 구 푼이다


행사준비는  방수보다 방음공사에 가까운 것 같다


그만큼 틈을 다각도로 다채롭게 대비해야만 한다


큐시트의 문구 하나하나를 소리 내어 보며 고쳤다


현장의 공기와 분위기를 상상하며 변수를 측정한다


사회자의 표정 시선 손짓을 계산해 말을 짓는다


이 또한 사회자에게 숙지한 후 활자를 버리라 했다


리플릿에 얹힐 초대의 말을 쓰고 행사 말미에 있을 감사말씀의 그림을 이미지로 그린다 써서 읽으면 안전한 만큼 말이 신선하지 않고 감동이 삭감된다



무조건 발화의 언어는 완벽하게 머리에서 그린 후 바로 지워버린다 그리고 수용자에 대한 발화의도만 가슴에 남겨두고 발화이유에만 집중하고 집중한다


계산된 말만큼 무용하고 지루하고 무례한 건 없다


유기적이고 유연한 행사는 말에 있어서 철저하다


안내하는 말 당부하는 말 모두 살아있어야 한다


청자의 상태에 어울리는 말이 생기있는 말이 된다


문학에서 언급하는 핍진성은 글에만 국한되지 않다


내용의 맥락 개연성만큼 상황의 그것도 부합된다


매끄러움보다 미사여구보다 적절한 감각이 앞선다


어떻게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느냐는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언어들을 얼마나 촘촘하게 세심하게 필터링하느냐에 달려 있다 말은 함부로 들려서는 안된다 말이 행사의 실내장식이고 입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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