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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여전히

[영화] 바얌섬(Isle of Snakes) by 김유민 감독, 2025

by 희수공원

그들이 거기에 있다. 지금도. 그도 그녀도.


빨간 강보에 싸인 아기 울음을 천천히 따라가고 있다. 현재 나의 정신과 머리와 손이 묶여 있는 그곳과 비슷해서 놀랐다. 왜 그곳에 끌렸는지 왜 미리 알아채지 못했는지, 그렇게 우연히 떠돌다 그 섬과 하나가 되는 그들을 계속 따라가고 있었다.


올려다보며 끝이 없다 한다. 내려다보면서 여전히 닿지 않아 계속 내려가는 중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 계속 에메랄드빛 바닷속에서 어디도 닿지 않아 떠돌고 있을까. 각각 다른 세 사람이 겹겹으로 산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듯 황폐한 곳으로부터, 어쩌면 피폐해질 그곳으로부터 떠난 세 개의 겹친 시간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쇠돌이는 꺽쇠를 타고 청룡을 넘어 몽휘를 타고 사라진다. 처음이 꺽쇠였는지 마지막이 쇠돌이였는지, 그를 먹어치운 다른 꺽쇠였는지, 이 느린 사투리의 휘적거리는 판타지에 마음을 담갔다.


삶이 미스터리라 미스터리 장르는 꼭 보는 편이다. 그런데 그 큰 영화관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터지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느린 말에 들어있는 뜨거운 의미들이 예상하지 못한 언어로 발사되는 순간들이 코미디였다.


구색을 갖추려는 곳에서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운 눈웃음과 억양을 마주하며 다시 웃었다. 쓰디쓰게.


어떤 노력도 허사가 되었으리라. 그 섬의 혼은 이미 그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흙을 통해 나무를 통해 잠을 통해 거울을 통해 욕망을 숨기지 않고 다가서고 있었다. 의지를 실현하지 못하고 점차 스러지는 그들을 보며 이미 섬이 삼킨 그들의 영혼을 달랜다. 보이고 움직인다는 것이 심장을 품은 인간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관계를 잃어버린 그 공포에서 눈빛은 회색이 되어가고 목소리는 파도에 휘말려 들어간다, 그의 맨발자국처럼. 가장 살 수 있는 만큼 살아가는 그들이 여전히 내게로 걷고 있다. 하늘과 바다 사이 모래에 뒹굴다가 다시 그 사이의 바위에 기대어 숨을 쉬고 하얗게 쏟아지는 판타지 속 폭포에 옷을 적신다, 죽음에 휘감기는 줄 모르고.


독립영화의 다소 거친듯한 신비에 한참 앉아 있었다. 기어코 아름다웠으리라 생각하게 하는 해변의 흔적들이었다. 가만히 쓸어가는 낮고 다정한 파도에게 생명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기에 그대로 살면서 그 섬에 깃든 영혼들을 기억하리라.


내가 스며들어 사는 곳에도 마음의 폭풍이 불고 가만히 기다렸다가 다시 발걸음을 떼야할 때가 있다. 처음의 희열이 아직 사라지지 않아 조심해야 하는 저 위와 이 아래의 중간에서 마치 유체가 이탈한 듯 멍하니 서있다. 온전한 하나가 될 때까지 시간에 기대어 잠시 멈추어야 할 나의 지금, 그 섬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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