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페란테, 나의 눈부신 친구
(53쪽)
(39쪽)
(29쪽)
가장 순수하기에 가장 잔인할 수도 있는 시절, 유년시절의 추억은 정말 눈부시기만 할까? 작품은 유년시절에 대한 암묵적인 환상을 제거한다. 현실적인 이야기는 기억 속 숨겨진 진짜 유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시절 '릴라'를 만나게 되면서 '레누'의 유년 시절은 릴라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서로는 모든 것이 두렵고 혼란스럽던 시기를 함께 경험하며 성장한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친구에게서 찾아 따라 하거나 질투하기도 하고 친구에게 없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자아가 형성되어가고 있어 가장 영향을 주고받기 쉬운 시기, 서로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각자의 존재를 천천히 자각해간다. 또래 집단에서 발생하는 묘한 경쟁심리와 열등감은 행동의 원동력이 된다. 레누에게는 릴라가 가진 특성이 그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은 그녀만의 무엇이다. 레누는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릴라와 같아질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감정에 휩싸인다.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때로는 미움으로, 열등감이 가득 찬 질투로, 가슴 떨리는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미묘한 감정들의 묘사가 탁월해서 미처 언어로 풀어내지 못했던, 내게도 있는 기억들을 소환한다. '맞아, 이런 기분이었어' 하며 레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다소 두꺼운 장편임에도 끝까지 읽고 싶어 지는 소설이다.
캐릭터 설정들도 마치 살아 있는 인물들처럼 통통 튄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시끌벅적하고 사고가 끊이지 않는 나폴리의 한 마을이 눈 앞에 떠오른다. 두 소녀의 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이 독자의 마음을 붙잡아 두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눈을 잡는 이야기들 속에는 당시 아이들과 여성에게 어떤 일상적인 폭력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곤 했는지 또한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두 소녀의 삶이 어떻게 결을 달리하며 나아갈 것인지,
왜 릴라는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인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