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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Aug 16. 2017

시저가 보여주는 리더의 품격

<혹성탈출: 종의 전쟁>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


시저가 처음 내뱉었던 인간의 언어는 "NO!"였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단호한 표정과 몸짓은 많은 관객들을 시저의 편에 서게 만든다. 지능을 갖게 된 유인원 시저는 더 이상 인간들이 자신을 통제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가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에서 보여준 분노는 인간에게 포획당하고 의료 실험용으로 쓰이다 버려지는, 유인원으로서의 자신을 인식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갖게 된 지능을 다른 유인원들에게도 주어 함께 힘을 합친다. 인간에게 지배당해 온 유인원들의 분노 표출의 시작, 그리고 독립과 연대의 선언이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이번 편 <혹성탈출:종의 전쟁>에서는 비로소 시저라는 영웅의 마지막 모습을 향해 달려간다. 그래서일까 전작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그의 영민함에 놀랄만한 장면들은 줄었다. 그의 영리한 모습들을 보는 놀라움이 컸던 전작들의 재미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오히려 극 초반부터 아내와 아들을 잃은 시저는 분노라는 감정으로 무장한다.


분노에 사로잡힌 시저가 무리를 따로 이동시키고 복수를 위해 달려가는 동안, 당연하게도 그의 무리는 인간에게 포획당힌다. 음식과 물도 제공받지 못하고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그들은 이후에 시저가 잡혀 온 것을 보고도 슬금슬금 외면한다. 암울한 상황에서 시저는 분노와 죄책감을 이중으로 느낀다. 죽은 코바가 꿈에 자주 나타나 '너도 결국 나와 똑같다'라고 말하는 장면들은 그런 그의 내면적 갈등을 표현한다.


이러한 내면적 갈등을 클로즈업하기에 영화는 느리게 진행된다. 전작들처럼 그의 영민함이 돋보이는 이성적 판단들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시저가 더 복잡하고 복합적인 내면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코바와 얽힌 깊은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과 가족들의 죽음에서 순간 이성을 놓게 되는 모습들은 그의 복잡한 감정들을 돋보이게 한다. 그리고 그런 복잡한 감정을 가졌기에 시저는 자신과 다른 종족인 아픈 소녀를 동정한다. 게다가 자신과 대립하는 대령의 아들 이야기를 듣 크게 동요하기도 한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


한편 유인원들이 처한 상황은 성서의 출애굽을 떠올리게 한다.

뿐만 아니라 식민지민, 원주민, 노예, 유대인 등 인류의 역사 속에서 핍박받고 억압받아온 모든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이켜 보면, 배척하고 억압하며 지배하고자 하는 이들은 자신과 다른 존재들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지배와 차별, 갈등과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


<혹성탈출> 시리즈의 유인원들은 배척받아오던 이들을 모두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존재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가 종말을 앞두고도 어떻게 또 새로운 존재를 억압하고자 하는지, 그 어리석음을 극대화시켜주는 존재들이다. 인간은 종말 앞에서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잃어가고 반면 핍박받는 다른 종들에게서 그것을 찾을 수 있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 이야기의 끝은 예상 가능하다. 결국 시저와 유인원들은 힘을 모아 탈출한다. 시저는 자신의 종족을 모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인도하고, 그곳에서 숨을 거둔다. 그의 아들 코넬리우스를 남긴 채로. 때문에 예상 가능한 결말로 달려가는 서사에서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지루하리만큼 도덕적이면서 독립적이고자 노력하고 동시에 연대하는 그 모습이야말로, 인간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터전에서 기뻐하는 무리를 뒤로하고 시저는 눈을 감는다. 조금은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하게, 조용히 쓸쓸히 눈을 감는다. 그런 그의 죽음을 끝으로 <혹성탈출:종의 전쟁>은 별다른 쿠키 영상을 남기지도 않고 끝이 난다.

 

영화는 시리즈의 끝을 마무리하면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감정에 무너져 보았기에 다른 이의 고통에도 공감할 수 있으며,

자신이 있든 없든 유인원들은 강하다는 말을 하며 권력을 내려놓을 때를 아는,

시저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리더의 자격'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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