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마음사전>
마음만큼 수백 가지의 의미로
수천 가지의 상황에서 쓰이는
애매한 단어가 또 있을까?
내 마음이야.
네 마음이니까.
당신 마음의 문제예요.
마음대로 하세요.
뭐 이런 표현들에서 쓰이고 담기는
'마음'이라는 말엔
애매모호한 감정의 총체가 있어서
그때그때 맥락에 따라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쉽게 내뱉는 일상어들도 그렇다.
외롭다는 표현
좋아한다는 표현
불행하다는 표현은
어떤 상황에서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혹은 얼마큼 이해할 준비가 되었느냐에 따라서
다가오는 깊이감이 그때그때 다르다.
이 책은 그런 애매한 '마음'과
가장 이성적이고 체계적일법한 '사전'을 합친다.
시인 김소연은 마음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그 미묘한 차이들을 자기 언어화시켜 풀어낸다.
‘외롭다’라는 말은 형용사가 아니다. 활달히 움직이고 있는 동작동사다. 텅 비어버린 마음의 상태를 못 견디겠을 때에 사람들은 ‘외롭다’라는 낱말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발화한다. 그 말에는 외로움을 어찌하지 못해 이미 움직여대는 어떤 에너지가 담겨 있다. 그 에너지가 외로운 상태를 동작동사로 바꿔놓는다. (91쪽, 「외롭다」)
그러니까 사실 이 <마음사전>은
하나도 체계적이지 않고
애매한 것들은 더더욱 애매해지고야 만다.
그러나 그 애매함에서 시작되는 실마리야말로
내가 어떤 말을 할 때 쉽게 내뱉지 않고
한 숨 고르게 도와주는 것이어서
쉽게 말하고 싶을 때
내 마음을 쉽게 단정하고
그로 인해 타인도 쉽게 단정하게 될 때
꼭 필요한 다정한 애매함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난 이런 애매함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이 책을 만나고 더더욱 애매해진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순간들이 소중해서
늘 책장 한편에 꽂혀 있는 책이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
시인의 언어를 읽으며 감수성을 충전하고 싶을 때
글을 쓰고 싶은데 자꾸 진부한 표현들만 생각날 때
마음을 나누고 싶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할 책을 고를 때에도 좋은 책.
그리고 나는 두고두고 아껴 읽을 책
책 속 숨은 TMI를 파헤치자
<마음사전>은 마음산책의 스테디셀러이다.
2008년 출간된 <마음사전>은 독특한 구성으로
꾸준히 입소문을 타며 마음산책의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딱 10년이 지난 2018년도에
김소연 시인은 <한 글자 사전>을 출간한다.
두 책이 10살 터울 자매가 되어주길 바란다는 넘나 멋진 코멘트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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