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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Nov 27. 2018

취미를 모으는 게 취미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취미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101

회사를 좀 다니면 성격이 바뀌더라. 

먼저 취업을 했던 친구 B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저 말에선 맥락에 따라 꽤 많은 의미를 읽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슬프게도 대체로는 성격이 좋지 않은 쪽으로 변하는 경우가 더 많을 테지만, 아주 간혹 좋은 쪽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변화'자체는 환경이 달라지면서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일일 수 있고 그 자체를 두고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회사에 다닌 지 오래된 편은 아니지만 나도 생각해보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 것 같다. 아니 다시 말하면 나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부분들이 있다. 내가 이런 것을 싫어하고 이런 걸 못 견뎌하는구나, 이럴 때 행복하구나 같은 것들은 실제로 그 상황에 직면하기 전까진 완벽히 예상하기 어려우니 더욱 그렇다. 


그렇게 회사를 다니고 다양한 일들을 마주하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내가 생각보다 가만 쉬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평일 내내 피곤했어도 주말엔 도통 가만히 쉬는 것이 쉽지가 않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자주 따라다니는 편이고 그래야만 시간을 잘 보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게다가 평일 퇴근 이후의 시간에도 '무언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회사에서 내내 나를 소진시켰더라도 퇴근 후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하고 싶어 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문제는 체력이 그 마음을 못 따라갈 때였다. 그런 상태가 되는 빈도는 회사를 다닌 시간과 비례하는 듯했다.


입사 후 1개월 차의 체력과 1년 1개월 차의 퇴근 후 체력은 아주 달랐다. 일을 하면서 받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은 왜인지 시간이 지난다고 잘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입사 초기엔 어떤 일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도 잘 구분하지 못해서 마냥 어리둥절했다면, 이젠 명확한 빡침 포인트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오히려 더 업무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달까. 그러니까 퇴근하면 느껴지는 나의 컨디션은 입사 초와는 급격히 달라질 수밖에.


그러니까 마음은 계속 뭐라도 하거나 배우고 싶은데, 여력과 시간을 내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지쳤지만 무언가라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취미 클래스


그런 내 맘을 어떻게 알고는 타겟팅했는지 언젠가부터 내 페북 피드에는 "클래스101"광고가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완벽한 타겟팅이었다. 홀리듯 링크를 타고 들어간 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간 것 마냥 눈이 휘둥그레졌다. 뭘 고를지 모를 만큼 종류도 많았고, 주제부터 타이틀까지 매력적으로 잘 기획해 낸 취미 클래스들에 감탄했다. 취미를 갖고 싶은데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어려운 사람들(바로 나)의 니즈를 간파한 최적의 서비스였다.


잠시 소개하자면 클래스101은 클래스 신청과 함께 그 수업에 필요한 재료도 함께 구매할 수도 있고, 클래스가 시작되면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강의인 데다가 아무래도 이런저런 재료 구입에 필요한 시간과 고민까지 줄여준다는 것은 꽤나 큰 장점이다. 가령 미술 초보가 수채화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종이나 물감, 붓을 고르는 데에서부터 좌절하고 취미 시작을 포기할 가능성이 짙다. 준비물을 보내준다는 건 이를 애초에 예방해주는 서비스인 셈이다. 


내가 시작한 클래스는 <또 다른 나를 그리다, 동글의 아이패드 캐릭터 드로잉>이었다.

실은 처음엔 온라인 강의로 그림을 배우는 것이 쉬울까 의구심이 들었었다. 실제로 해보니 5분~10분가량의 짧은 호흡으로 나누어진 수업들을 찬찬히 따라가게 되었고, 그건 배우고 싶었던 것을 익히는 데 꽤 효과적이었다. 중간중간 댓글로 수업을 들으며 연습한 것을 인증으로 남겨야 하는 미션도 있었으며 궁금한 것을 댓글로 남겼을 때에도 빠르게 피드백이 왔다. 이미 저장된 강의를 수강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반영해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수업이라는 점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약간은 지친 상태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취미를 배울 수 있다는 점. 이건 가만있지 못하면서 체력은 점점 떨어지는 내겐 아주 큰 장점이었다.



취미를 모으는 게 취미인 사람이 되어야지


취미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취미에 들어가는 비용은 내 즐거움을 위한 투자인 셈이다. 다른 말로 하면 내 정서와 건강 관리비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취미가 발전되어 전문적인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도 멋진 일이겠지만, 어떤 것을 하면서 즐겁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게다가 앞서 이야기했듯 나는 어쩌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없애기 어려운 편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더 많이 찾아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럼 내게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할 수 있는 일들의 선택지가 많아질 테니. 그러니 꼭 전문적으로 하지는 못해도 다만 즐길 수 있는 일들이 앞으로도 몇 개쯤은 더 있어도 좋을 것이다.


그건 어떤 걸 할 때 내가 기쁜지를 늘 새롭게 발견하는 긴 여정이 될 수도 있겠다. 내가 앞으로 무엇에 관심이 생길지, 어떤 것을 꾸준히 하게 될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모르니까 더 재밌다. 어떻게, 무엇이 될지 모르므로 일단은 취미를 차곡차곡 모아 볼 것이다. 



바라건대 나는 앞으로도 쭉 새로운 것을 보면 나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자주 생기는 사람, 조금만 배우면 무엇이든 금세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 새로운 걸 알아가는 데 있어 마음을 닫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럼 언젠가 너무 멋져 저장해 둔 사진 속 컨버스화를 신고 킥보드를 신나게 타고 있는 할머니처럼, 유쾌하게 나이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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