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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Dec 04. 2018

사소한 마음이 일상을 지탱한다

유난히 힘든 일상을 버티게 하는 힘에 대하여

요즘 부쩍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연말인 데다 12월이 되어 버려서 그런지 올 한 해 동안 무엇을 이루었는지 자꾸만 헤아려 보게 되고, 그에 비해 너무나 작고 사소한 나의 결과물들이 자꾸 나를 걸고 넘어트린다. 


게다가 회사에서도 막연하게 들었던 성장에 대한 기대감들이 1년을 지나며 우당탕탕 무너져 버리고 있다. 열심히 버티면서 내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일들이 쉽게 풀리지가 않아 답답하고 우울한 기분이 자주 든다. 어떤 일들에 대해 가졌던 자신감도 없어지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를 흔들고 쉽게 나를 놓아주지를 않는다. 


어쨌거나 그런 와중에, 매일 주된 업무를 컴퓨터로 해야 하는 나는 심지어 직장인의 숙명 질환이라는 손목 질환까지 겪고 있다. 막 심하게 아픈 것까지는 아닌데 일상적인 불편감이 계속되고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느낌이었다. 살짝 코미디인 건 내가 업무로 작성해야 하는 고객사의 채널 콘텐츠들이 바로 정형외과 질환들이고, 그래서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단번에 알아차린 점이다. 아 맞아, 이거 손목터널 증후군 증상이네. 하고.


회사 업무 때문에 몸이 아픈 것 같으면 서러움은 배로 증가한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내 몸 아파가면서까지 일하나 싶고 말이다. 그래서 회사원이 된 후엔 원래의 나 같으면 귀찮아서 더 안 갔을 병원과 더 친하게 지내려 하고 있다. 몸이라도 아프지 말자 하면서. 그래서 미미했지만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손목 통증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정형외과로 향했다. 


회사 근처에는 정형외과가 2개 있었는데 구글에 검색하고 (몇 안 나오긴 했지만) 리뷰들까지 싹 읽어 보았다. 병원에 갔다가 과대 진료나 부당한 서비스들 때문에 괜히 스트레스를 더 얻기는 싫어서 자주 쓰는 방법이다. 가까운 곳에 있던 병원은 평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거리가 있었지만 두 번째 병원을 가게 되었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사 선생님은 이름이 참 연예인처럼 예쁘다는 말을 하시더니, 자상하게 통증의 정황을 물으셨다. "어.. 손목, 목, 어깨 쪽이 조금씩 아픈데요. 이게 일상적으로 이어지니까 너무 불편해요." 이리저리 통증 지점을 확인한 후에 엑스레이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스럽게도 엑스레이 상으로 큰 이상은 없었다. 내가 괜한 엄살인 건가 싶어서 약간 부끄러울 뻔도 했더랬다. 그런데 엑스레이 결과를 보시면서 이렇게 뼈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힘줄이나 근육이 아픈 것도 얼른 치료해야 하는 거라고. 손목 치료부터 받아 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어깨 치료들까지 천천히 받아 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물리치료실로 안내를 받았는데, 인자하고 단정해 보이시는 중년의 여성 물리치료사 분이 들어오셨다. "에고 벌써부터 손목이 아프면 어떡하나. 밥은 먹고 왔나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들인데 잘 챙겨 먹으면서 일해야죠. 이 손으로 무슨 일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참..." 


이렇게 치료 내내 따뜻한 말들을 많이 해주시는 것이었다. 뜨끈한 찜질팩이나 온열침대 보다도 따뜻하게 위로가 되는 말들이었다. 30분가량이었지만 물리치료받는 시간 동안 정말 하루치의 피곤을 싹 위로받는 것 같았다.


그래 뭐 이렇게 큰 일이라고 마음 쓰고 스트레스받냐, 그냥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들인데.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생각하고 건강할 수 있으면 되는 건데. 그렇게 되도록 나부터 잘 챙겨야지 하는 생각들이 다시금 일어났다. 다 귀찮고 힘들어서 뒷전으로 밀려나던 나. 나를 일단 돌보고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하는 힘은 이런 작지만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들에서 왔다. 


유난히 힘든 일상들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건, 어쩌면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을 때는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말 한마디 예쁘게 전하는 일, 그건 생각보다 쉬운 일인데 한번 어긋나면 참 어렵기도 한 일인 것 같다. 나도 아직 서툴지만, 그런 말들을 주변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소하지만 따뜻한 마음들을 여기저기에 많이, 자주 숨겨 두어야지. 


그 마음들이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단단한 힘들이 되기를. 그렇게 서로의 따스한 마음들로 위로받으며 우리가 오늘도 무사히 버텨내기를 바란다.






P.S.

회사에서 어딘가 조금이라도 아플 땐 무조건 병원에 꼭 가보세요. 병원에 가기 전에 구글 지도 검색에서 리뷰를 조금 읽어보시고 가시면 더욱 좋습니다. 아파서 갔는데 괜히 다른 이유로 더 아파질 수도 있으니까 병원 선택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로,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아프면 더 불행하잖아요. 건강합시다.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도 오늘도 무사하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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