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lotte Jan 17. 2022

마법 같은 순간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마법을 쓴 것처럼 한 순간에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다. 서로가 가진 마음이 따뜻한 온도의 진심이라는 것을 공유하는 것이다. 마음을 표현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 마음이 따뜻한 온도일수록 더욱더 그렇다. 뜨겁거나 차가운 마음은 굳이 표현하려고 하지 않아도 어느 방식으로 던 김이 새어나가기 마련이지만, 언제 담아도 편안하게 확인할 수 있는 마음은 상대방이 갖고 있는 온도에 따라 금세 변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슷한 온도였을 때 확인하는 진심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것만큼,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서로 확인했던 진심이 생각보다 더 높은 온도라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상대방이 뜨거워하지 않도록 호호 불어 전한 진심이 식어버릴까 더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는, 추운 겨울날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 온 몸이 따뜻하게 녹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며칠 전, 친구들과 함께 한 파티에서 나는 녹다 못해 취해버렸었다. 올해 서른 살이 된 우리는, 앞자리가 바뀐 걸 느낄 새도 없이 행복해져야 한다며 우리들 만의 파티를 준비했다. 서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어렸을 때처럼 롤링페이퍼도 써보기로 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가끔 필요할 법한 것들이나 전하고 싶은 마음들은 주고받았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주고받은 적은 처음이라 다들 긴장한 듯한 눈치였다. 선물을 전하는 순서부터 뚝딱거리다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순서대로 한 명씩 받기로 했는데 내가 맨 마지막이었다. 가위바위보를 하는 실력은 어딜 가나 만년 꼴찌인 건 정말 한결같다.


무튼, 한 명씩 설레는 마음으로 선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모두 내가 준비한 선물들을 마음에 들어 해 줬다.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고민하다가 나름대로 디자인과 실용성 부분을 노려봤는데, 노력한 마음을 더 많이 담아준 것 같아 고마웠다. 이윽고 내 차례가 다가왔다. 녹다 못해 취해버렸다는 그 순간이었다. 친구들의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선물들을 보며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으려고 했는데 주책맞게 담겨 있는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넘쳐버렸던 건 비밀 아닌 비밀. 몇 년 전부터 가지고 싶었는데 고민하다 사지 못했던, 색감과 향마저 취향저격인 소품들. 정성이 가득 담긴 마음과 따뜻한 손길로 나를 담아낸 달력까지. 취하지 않을 수 없는 밤이었다. 마음속에 녹아버린 소중한 사람들의 따뜻한 진심들, 맛있는 음식과 진-한 와인에 위스키까지. 완벽했던 하루였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람마다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모두 다르다고 한다. 함께한 시간, 나를 생각하며 고른 선물, 나를 인정해주는 칭찬, 나를 위해 희생하는 행동, 애정이 듬뿍 담긴 스킨십. 이 행동들을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라고 하는데, 좋아하는 순서를 나열해 보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앞서 말한 세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 동안에 이 다섯 가지의 사랑을 모두 받아서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안식처가 되어주어 고맙다고, 오랜 친구로 남아 달라는 따뜻한 친구들에게 못다 한 진심을 전하고 싶다. 계절마다 각자의 온도가 있는 것처럼, 우리가 함께 하는 날들 속에서도 많은 감정들을 공유할 테지만, 얼어있다가도 다시 녹을 수 있는 봄이 오는 걸 기다리는 것처럼, 언제든 계속 함께하자고.

이전 06화 싱잉볼 한 컵이 주는 여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