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lotte Jan 15. 2022

싱잉볼 한 컵이 주는 여유

아침부터 없는 여유를 부리고 싶은 날이 있다. 출근 전에 그럴듯한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는 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게 되는 운 좋은 날이면 오랫동안 말려있던 매트가 펼쳐진다. 그러고 나면 내 몸의 근육들이 하나 둘 씩 제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원래 몸을 쓰는 데는 젬병인 터라, 움직이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몸치에게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 하나 정도는 주신 건지, 이상하게? 유연한 편이다. 그래서 정적인 스트레칭과 쉬운 요가 동작을 할 때는 비교적 쉽게 따라할 수 있어서 즐겨하기도 한다. 그렇게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랜선 코치님들을 정신없이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역시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게 출근인 걸까, 평소에 운동을 즐겨하는 편도 아니면서 아 - 이 동작들은 마무리해야 되는데, 하며 아쉬워하는 척을 한다. 사실, 진짜로 하지 못할 때 아쉬운 건 따로 있다. 바로 멍 - 때릴 수 있는 명상시간이다. 잠깐이라도 꼭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야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것 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살짝 흘린 땀이 불편해지기도 전에 편하게 누워서 듣는 싱잉볼의 뎅 - 하고 울리는 소리가 그렇다. 잠이 덜 깬 아침에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생각들이 뎅 - 소리를 들으면 얼음, 하고 멈춰버리는 것 같달까. 반복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눈이 감긴다. 거칠었던 호흡까지 정리가 되면 마치 눈 내리는 숲 속에 있는 듯한 작은 소리까지 들려오는데, 거짓말처럼 그때 산통 깨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일어나서 준비하지 않으면 이 여유는 무용지물이 돼버리는 무서운 소리, 데드라인 알람.


이 소리가 들리면 조금 전까지 누렸던 여유는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긴장감이 가득한 하루가 시작된다. 출근 준비는 왜 이렇게 항상 정신이 없는지, 걱정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내가 없는 여유를 계속 찾는 이유는 하나다. 나를 위한 시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는 뿌듯함.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는 아침 산책도 했었는데, 지금 같은 날씨에는 엄두도 못 내겠다. 여유를 찾다가는 침대에서 꼼짝 못하게 될 것 같은 무서운 겨울이다. 살얼음판 같은 일상 속에서 작은 여유라도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되길, 오늘도 바래본다.

이전 05화 마음대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