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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otte Jan 15. 2022

마음대로

문득, 글이 쓰고 싶어 졌다. 여느 날처럼 영혼 없던 출근길이었다. 무심코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된 짧은 에세이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본인에겐 심각했을법한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타인의 이야기를 하듯 써 내려간 글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어, 나도 글 쓰고 싶다. 쓰고는 싶은데,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내 스스로 이게 맞나, 해도 되는 건가? 하며 또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와중에도 무심한 발걸음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익숙한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글을 쓰는 나를 상상했지만, 표정 없는 얼굴로 카누 2개를 진하게 타서 책상 앞에 앉아 오전 업무보고를 끝낸 게 현실이었다. 사실, 나는 직장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중요한 회의가 있거나 계약이 있는 날은 직장인인 척, 하는 옷을 입고 출근을 하지만 평소에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그렇다고 해서 옷을 특별하게 잘 입는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풀거리거나 특이한 옷을 보면 친구들은 내 취향이라며 찰떡같이 알아챌 정도로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 정해져 있다. 이상하게 정장을 입으면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불편하달까. 회사를 다니면 당연히 직장인 다운 옷을 입는 게 맞을 텐데, 직장인의 삶이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쓰고 나서도 무슨 말인가 싶지만, 무튼 내 마음이 그랬다.


그렇게 직장인인데 아닌 듯 한 회사생활을 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그동안엔 나름 능동적인 삶을 살아왔었는데 입사 이후에는 당연하게도 회사를 위해 소모되는 일상을 보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직장인들의 고충이지 않을까. 힘겹게 출근은 하지만 정작 나에겐 남는 건 없고, 퇴근 이후에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일상들. 20대 중반보다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노후까지 보장되는 월급이었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졌겠지. 그래서 고민이었다. 스펙을 쌓아 조건이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할 것인가, 한 번씩 피어오르는 불씨를 태워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날 것인가.


한동안은 이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저울질을 했었다. 퇴사할 용기도 없으면서 마음속으로는 수백 번 사표를 쓰고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했지만 현실 속의 나는 프로출근러였다. 하지만 아무리 프로출근러라고 할지라도 이번처럼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이 자꾸 쌓이다 보면 뭐라도 저질러버리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쌓이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았던 금요일 아침, 의례 없이 당일오전에 출근도 하지 않고 연차를 썼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뭔가 저질러 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별것도 아닌데, 웃픈 현실이다. 이 웃픈 현실만 놓고 보자면 막막하기도 하고,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이번만큼은 내 마음가는대로 해보기로 했다. 인생에 답은 없다고들 하니까, 내 마음처럼.


사실, '내 마음대로 하자'라는 건 받아갈 게 아무것도 없는 빈 종이 같아서 불안한것도 사실이다. 그 종이에 어떤 하루들이 그려질지, 그 나날들은 의미가 있을지, 없을지는 누구도 모르니까. 그래도 매 순간 나를 위한 선택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빈 종이가 엄청난 액수의 백지수표는 아니더라도 어디든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는 비행기 티켓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텅 비어 있는 메모장을 내 이야기로 하나씩 채워가고 있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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