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우스
가니메데의 술병은 무겁다
신들의 만찬에서 그는 그만 술병을 떨어뜨렸다
우주가 쏟아진다
수천억의 별들이 보병궁을 휘감을 때
한 소녀가 빨대를 꼽는다
입꼬리에 냉랭한 미소를 걸고
백짓장같은 눈 위에 서서
눈 속에는 방향을 잃은 발자국들이 뒤엉켜있다
난 배가 고파요
왜 아무도 먹을 것을 주지 않는 거죠
하얗게 가시돋친 내 손가락을 봐요
푸석푸석한 내 머리를 봐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소녀는
온 우주를 빨아먹는다
꿈꾸는 너의 눈이 발자국행렬로 혼란해진 사이
우주가 휘몰아치고
나는 쏟아졌다
누군가 나의 우주를 빨아들인다
가니메데는 엎어진 술병을 주웠다
쏟아진 우주를 주섬주섬 담는다
손가락 끝에 한기가 다시 서리고
모두가 지워진 눈 속에
지긋이 다시 찍힌
어느 고요한 발자국
"모두 다 실현되리라,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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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나에게 꼬리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