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by HANA


시한폭탄






아홉시가 되면 초인종이 울릴 거야

경비가 가스관 수리를 핑계로 우리를 감시하러 올 거고

주인여자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겠지

열한시 십팔분이 되면 세탁기가 멈출 거야

여자가 빨래를 걷으러 부엌으로 가면

밧줄을 타고 내려오던 페인트공이 창문으로 들어올 거야

너랑 눈이 마주치고 기겁하며 아래로 떨어질 거고

열한시 사십칠분에 초인종이 울릴 거야

한층 늙은 경비가 삿대질하며 우릴 곁눈질할 거고

여자는 이를 갈며 문을 잠그겠지

열세시 교통사고에서 빠져나온 경찰관 두 명이

페인트공의 시체를 발견할 거고

열세시 십삼분 사이렌처럼 초인종이 울릴 거야

여자는 우리를 쳐다보며 발만 구르다가

급하게 가방을 싸고 어딘가에 전화를 할 거야

그 때 문을 부수는 소리가 들리고

열세시 사십사분 우리는 장롱 안에 갇혀있을 거야

여자는 서둘러 집을 빠져나가고

얼빠진 경찰관 두 명이 페인트공의 시체를 털썩 놓아버리면

이젠 백발이 된 경비가 우리를 찾으러다닐 거고

열세시 오십칠분 장롱문이 열리고 구부정이 백발경비가 우리를 보며 웃을 거고

열세시 오십구분 경찰관 한 명은 거품물고 쓰러지고

한 명은 우리를 바닥에 떨어뜨리겠지

그럼 그 다음엔 있지



딱 한 번만 크게 울어줄래

그럼 내가 마음놓고 모든 걸 박살낼 거야

너는 내가 꼭 안고 있으니 마음껏 사라질 수 있어

대신 울기만 하면 돼

뒷일은 신경쓰지 마

어차피 우리를 위한 세상은 아니었으니



열네시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정적을 깨며 문이 열릴 거고

손톱을 하얗게 칠한 여자아이가

눈가를 비비며 들어와 문을 걸어잠그겠지

시계바늘 돌리듯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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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나에게 꼬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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