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잠> 3. 연의 세계지도

02 원혁

by HANA


연의 세계지도






원혁




- 누구세요?

“실례합니다. 여기가 최준원 집인가요?”

- 그런데요,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혹시 아이가 집에 있을까요?”

- ... 경찰이요? 무슨 일이죠?

“저희가 준원이를 데리고 있습니다.”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문 너머에서 빠르게 휘몰아치는 당황의 기류를 감지할 수 있었다. 숨 막히는 적막이 오래 지속되자 한 번 더 초인종을 누르며 문을 두드렸다.


“경찰입니다. 확인할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잠시 후, 문이 살짝 열렸다. 제일 위쪽의 걸쇠가 걸린 문틈으로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의 경계 가득한 눈빛이 보였다.


“누굴 데리고 있다고요?”

“최준원. 여기 댁 아이지요? 혹시 최근에 준원이가 실종되지 않았나요?”

“실종되다니요? 그런 적 없어요.”

“아, 그런가요? 그럼 혹시 지금 집에 준원이가 있나요?”


순간 여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문꼬리를 꼭 붙들고 있던 여자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도 같았다. 여전히 문을 활짝 열지 않은 채 한 발자국 즈음 뒤로 물러선 여자는, 뒷짐을 지고 있던 한쪽 팔을 뻗었다. 손에는 주방용 식칼이 들려있었다.


“이봐요, 당신 경찰 아니죠? 경찰이 왜 직접 집을 찾아와. 나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얼른 말해요. 준원이 어디 있어요!”


겁에 질려있는 여자를 보며, 이전과는 다르게 일말의 희망을 느꼈다.


“어머님, 진정하시고요. 준원이는 제가 잘 데리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몇 가지 확인만 하겠습니다. 준원이가 실종된 지 얼마나 되었죠?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 어디서인가요?”


칼을 들고 있던 손이 떨렸다. 여자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으나, 눈을 부릅뜬 채 최대한 날카로운 어조로 떨리는 음성을 감췄다.


“실종이라니요. 그런 적 없다니까요. 준원이는 오늘 아침까지도 집에 있다가 영어학원에 잘 갔다고요.”

“아, 오늘 영어학원에 갔습니까? 확실합니까?”

“영어학원에 간 거요? 내가 학원까지 태워다줬는데 확실하죠, 그럼. 교실에 들어가는 것까지 봤는데.”


김이 팍 샜다. 이 여자는 그럼 처음부터 애가 영어학원에 가서 없다고 말하면 되지, 괜히 사람 기대하게 하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찾아온 것 같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인 후 돌아서는데 여자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뭐예요, 그냥 가는 거예요? 그냥 가면 어떡해요! 당신 누구야! 누군데 우리 애를 데리고 있는 건데?!”

“뭔가 착오가 있었습니다. 이야기하자면 사연이 좀 긴데, 아무튼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사과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여자가 드디어 현관걸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내 한쪽 팔을 덥썩 잡았다.


“갑자기요? 아니 그럼, 우리 애는요? 준원이가 어디 있는지는 알려주고 가셔야죠.”

“준원이는 영어학원에 있다면서요.”

“애가 지금 몇시간째 안 돌아오고 있어요. 지금 집에 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진짜 우리 애 데리고 있는 거 아니예요? 경찰에 신고 안 할게요. 애만 집으로 돌려보내주세요. 아니, 어디 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뭘 원하세요? 말씀만 하세요.”

“아니, 어머님. 저는 준원이를 데리고 있지도 않고,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혹시 더 늦어지거나 하면 경찰에 꼭 신고를...”

“아까는! 애 데리고 있다면서요! 그럼 왜 거짓말했어요! 왜 여기까지 왔어요! 경찰 사칭하면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예요!!”

“어머님,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착오가...”

“엄마?”


내 팔을 단단히 붙들고 소리치는 여자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때 여자의 째지는 음성 사이로 가냘픈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발견하고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비틀거렸다. 아이는 여자의 눈치를 살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나는 안 가려고 했는데. 진구가 하도 피방 가자고 해서. 30분만 하려고 했는데....... 핸드폰이 꺼져 가지고.......”

“다시 한번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더 민망해지기 전에 어서 현장을 벗어났다. 어쨌거나 아이는 돌아왔고, 상황은 나름 마무리된 것 같으니.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현장방문이 끝났다.





- 선배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그 애 그거 저도 발벗고 도와드릴테니 앞으로 경찰사칭은 진짜 안돼요.


그 여자는 경찰에 신고했다. 아이가 돌아왔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생각해보니 경찰을 사칭하여 자신을 놀라게 한 것이 괘씸하다고 생각했나보다. 여자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는 간다. 이 짓거리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쥐어짜냈던 다섯번의 기회들이 모두 허탈하게 끝났다.

손녀딸이 데려온 그 아이. 준원과 함께 지낸 지도 일주일이 되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놀랍게도 세상은 무척 고요했다. 분명 어느 집에서는 아이가 없어져 난리가 났을 법도 한데, 그 어떤 소란도 일지 않았다. 준원도 미아가 되어 남의 집에 얹혀있는 것에 딱히 개의치 않아 하는 듯했다. 준원은 볼수록 나이에 맞지 않은 이상한 구석들이 많은 알 수 없는 아이였다. 한시라도 빨리 아이를 집에 돌려보내고 싶었다.

대한민국 서울에 거주하는 2014년 5월 25일생 11세 최준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딱 다섯 명. 그뿐이었다. 생각보다 적은 그 숫자에 나름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다. 정년퇴직으로 어차피 널린 게 시간이었고, 경찰짬밥 30년 무시 못한다. 준원이 거짓말한 것이 아니라면 그 다섯 안에는 분명 있을 것이며, 왜 아직까지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왜 미아방지 지문등록도 하지 않았는지 낱낱이 캐물을 것이다.

실종신고가 되어있지 않은 가정을 찾아가, 버젓이 잘 지내고 있는 아이의 실종여부를 묻는 것은 민망한 일이긴 했다. 이상한 사람, 미친 사람, 위험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네 집을 전전해오던 중, 마지막 집은 느낌이 달랐다. 집에 정말로 아이가 없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한바탕 소동 후, 결국 다섯 명의 최준원들은 모두 집에서 무사히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꼴만 되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가정이 잘못되었던 걸일까. 준원이 거짓말을 한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왜?

어느날 준원에게 물어봤던 부모님의 성함을 떠올리고는 ‘최광수’와 ‘소옥경’을 자료들에 대입해보았다. 일치하는 자료가 없었다. 가능성은 희박해도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의 2014년 5월 25일생 최준원들 -그래봤자 의왕, 홍천, 봉화, 상주, 통영, 군산, 보성, 서귀포 이렇게 8명이 다였다- 에게도 대입해보았으나 해당이름의 부부는 단 한 개도 없었다. 준원이 거짓정보를 준 것이라면 이유가 뭘까. 어디까지가 잘못된 정보일까. 이름이 최준원이 맞기는 한 걸까. 저 순진해보이는 아이는 대체 누구인가.

불안하고 찝찝한 마음에 뭐라도 찾아보고자, 모니터 화면을 골똘히 응시했다. 검색창에 아동실종, 한강, 최준원, 최광수, 소옥경 등의 단어들을 검색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마우스 스크롤만 주구장창 내렸다.

그러던 중 어느 뉴스영상 썸네일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분명 낯이 익은 누군가였다. 내가 어디서 봤더라. 썸네일의 주인공을 기억하려 홀린 듯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눈이 많이 온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늘은 가지 말자고 했어요. 막상 떠나려니까 너무 무섭고 용기가 없었어요. 그 애들이 정말 이렇게 가버릴 줄은 몰랐어요.ㆍㆍㆍ 이 눈을 뚫고 거길 가다니. 저는, 같이 가려고 했지만 못 갔어요. 저는 겁쟁이고 비겁하고 아마 평생 이렇게 살 거예요 ㆍㆍㆍ 배 타고 무인도에 가기로 했어요. 제주도에 섬 있잖아요. 거기예요.



열세 살 즈음으로 보이는 앳된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화면 속에서 웅얼거렸다. 저화질에 색깔도 바랜 무척 오래된 듯한 영상에서 마주한 이 아이는, 대체 누구길래 이리도 낯이 익을까. 몇 번이고 반복해서 화면을 클릭하다 알아냈다. 그리고는 더욱 머리가 복잡해졌다. 영상 속 아이는, 바로 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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