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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하나가 모자라.”
갑자기 여자는 불안함에 손가락을 덜덜 떨며 기찻길에 주저앉는다. 하나가 모자라. 하나가 모자라. 여자의 옆에는 다리가 한 개뿐인 인형이 입가에 케첩을 묻힌 채 웃고 있었다. 여자는 그런 인형의 입에 손을 넣는다. 인형의 입에서 토막 난 손가락 하나가 나온다.
“또 말 안 듣지. 이런 건 먹는 게 아니라고.”
그나저나 돌멩이는 어디로 간 걸까. 여자는 기찻길 바닥에 바짝 엎드려 사라진 돌멩이를 찾는다. 수많은 돌멩이들 속에서. 그러는 동안 여자의 위로 기차가 열 댓번은 지나가고, 사람들이 그녀를 짓밟고 기찻길을 건너갔다. 해가 꾸벅꾸벅 졸며 땅으로 곤두박질 칠 때서야, 드디어 여자는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편다. 그 어디에도 돌멩이는 없었다. 울상이 된 여자는 인형을 바라본다. 이젠 팔 하나도 사라졌다. 모자는 챙이 다 찢겨지고, 목에서는 솜이 한 웅큼 삐져나와 있었으며 옷은 온통 피투성이었다. 그나마 초록색 눈만이 멀쩡하게 깜빡거리고 있었는데,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 있었다.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누구야!”
그 때, 하늘색 우산을 쓴 그림자가 여자의 그림자에 드리워진다. 여자는 화들짝 놀라 인형을 기찻길 건너편으로 던진다. 하늘색 우산을 접은 남자는, 자신의 그림자를 황급히 감추고 경계태세로 돌변한 여자에게 돌멩이 하나를 내민다.
“찾고 있는 게 이거야?”
“넌 누구야. 왜 네가 이걸 갖고 있는 거야.”
“언제쯤 내 이름을 기억할래? 난 빈이야. 그리고 이 돌멩이는 네가 나한테 준 거잖아.”
수줍게 웃는 남자와는 달리 여자의 표정은 더욱 굳어진다.
“내가 이걸 너한테 줬다고? 거짓말하지 마. 안 믿어.”
여자는 남자를 피해 뒷걸음질 친다.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돌멩이를 건네며 다가선다. 여자를 감싸는 그림자는 점점 작아지고, 여자도 점점 희미해진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여자에게 기차 ‘드림호’가 경적을 울리며 달려온다. 안 돼. 남자는 눈을 감는다.
남자가 눈을 뜨자 남자의 눈앞엔 갈기갈기 찢겨진 인형이 놓여 있었고, 그 위를 하늘색 우산이 덮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는 기찻길 반대편에 서서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텅 빈 초록색 눈이었다. 그 때 여자가 기찻길의 선로 하나를 밟는다. 여자가 밟은 땅이 아래로 쑥 꺼졌다 올라온다. 여자가 다른 선로를 밟는다. 또다시 그 쪽 선로의 땅이 푹 꺼졌다 올라온다. 여자의 움직임에 따라 기찻길이 요동친다. 출렁이는 기찻길은 하나의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음악의 선율을 타고 그림자들이 춤을 추고 어둠은 깊어만 갔다. 드림호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음악은 클라이맥스를 달리고 있었고, 기차는 더욱 신이 난 듯 뱅글뱅글 돌며 여자가 그리는 악보 위를 달렸다. 겁에 질려 주저앉은 남자가 눈을 감고 소리친다. 그만해. 제발 그만해. 한 발로 껑충껑충 건반 위를 점프하던 여자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그 때, 드림호가 아닌 좀 더 거대한 기차가 멜로디를 타고 흘러들어온다. 그 기차는 경로를 이탈하여 남자가 있는 곳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순간 음악이 멈추고, 남자의 몸이 부웅 뜬다. 여자가 남자를 안고 하늘로 치솟은 것이었다. 때마침 비가 내렸고, 여자는 하늘색 우산을 펼친다. 남자는 음악이 멈추자 눈을 떴고 자신이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비 맞지는 마. 감기 걸려.”
여자는 다시 사라졌다. 남자는 우산을 쥐고 아래를 내려 본다. 방금 자기가 있었던 그곳은 거대한 상자가 되어 굳게 닫혀 있었다.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만 같은 상자. 저 틈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에 상자를 열어야 해. 남자가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애를 쓰는 사이, 남자의 품에서 돌멩이가 떨어진다. 그리고.
폭발했다. 사라졌다. 그 어디에도 굳게 닫힌 상자 따윈 없었다. 하늘색 우산도. 여자도.
여자는 기차 안의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총을 쏘아대고 있었지만, 남자는 기차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돌멩이가 떨어지면서 끊어놓은 철로 위에서 침묵의 소리를 들었다.
If I could 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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