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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잘 표현하는 시를 한 편 써서 제출하세요.
강의실 안은 잠시 술렁였다. 그러다 침묵이 찾아오고, 학생들은 기어코 자신을 드러내는 시를 한 편씩 쓰기 시작했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지금 몇 분 째 애꿎은 점들만 무수히 찍어가며 아무것도 없는 하얀 종이만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나름 글을 잘 쓴다며 스스로 자부를 하곤 했지만, 이번 과제는 내게 너무 어려웠다.
창가에 앉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비 오는 날, 그녀의 지갑을 주운 이후로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자꾸만 그녀에게 끌렸던 이유를 알 것만 같다. 그녀는 누군가를 많이 닮아 있었다. 내가 간절히 눈을 감고 잊고 싶어 했던, 그러나 막상 그리워서 밤새 허공만 멍하니 바라보던 그 사람. 정확히 일치했다. 그래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나 역시 빈틈을 찾아 사라져가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녀는 계속 창밖만 주시하였다. 마치 어려워서 시를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는 것을 까먹은 사람처럼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녀는 시를 쓰려고 고심하는 척조차 하지 않았다. 정말 저 창 밖엔 도대체 뭐가 있을까, 무슨 재밌는 일이라도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자기만의 시선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렸다. 순식간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은. 갑작스럽게 눈이 마주친 것이라 그녀를 향한 눈길을 거둘 수도 없었다. 피할 수조차 없게 만드는 그 강렬한 눈빛. 그녀의 눈 속에는 어떤 거대한 무언가가 담겨져 있었다. 거대한, 하지만 속이 채워져 있지 않은 깊음이랄까. 그 알 수 없는 거대한 뭔가가 눈동자 깊숙이 박혀 있었고, 슬픔의 아우라가 모든 걸 덮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나를 주시하더니 빈 종이를 들고 나가 교탁 위에 올려놓았다. ‘공백’. 그녀가 표현하는 그녀 자신. 그녀는 가방을 챙겨 매면서 다시 한 번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 문을 열고 강의실을 나갔다. 아마 그녀가 강의실에서 가장 먼저 나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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