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의 기질, 같은 성격을 가진 부부
우린 알고 지낸 지 2주 만에 사귀기 시작했다. 서로에 대해 거의 모른 상태로 관계를 시작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하고도 감상적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지 처음 2년 동안은 전혀 싸우지 않았다. 그땐 귀엽게도 우리가 서로 너무 잘 맞는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확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스스 깨졌다.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민낯을 서로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때론 서로를 너무 배려한 나머지 배려가 눈치가 되고, 눈치가 욕심이 되고, 욕심이 화를 불렀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20대 초반이어서 더 그랬을까. 서로가 자신의 방법대로 발전하길 원했다. 그런 기대는 서로에게 부담이 되었다.
나도 그도 욕심이 많았고, 스스로 정해둔 목표에 도달하려고 부단히 애쓰고 깨지던 시기였다. 그 불안함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깨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가끔은 나보다 상대를 탓하기가 쉬웠는지도 모른다. 격동의 20대 중반 우린 서로를 포기하기도, 다시 손을 잡기도, 조금은 욕심을 내려놓기도 했다.
어느덧 그런 시기를 지나고 보니, 상대의 기질을 예전보단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성급하게 무언가를 결정하는 걸 매우 불편해하는 그에 반해, 무언가에 꽂히면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즐거웠던 나는 요즘 그의 속도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화가 나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던 그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대처하는 나를 닮아가고 있다.
이렇게나 다른 우리가 신기하게도 MBTI 유형은 같다. 처음 만나기 시작했을 때에 검사해보지 못해서 아쉽게도 우리가 긴 시간을 만나면서 유형이 같아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같았던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는 같은 성격 유형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다른데 같은 MBTI란 말이야?
우린 흔히 ‘기질’과 ‘성격’이라는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두 단어가 어떻게 다른지 찾아보니 ‘성격’은 한 사람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행동 패턴인데, 그중에서도 ‘기질’은 타고난 성격을 말한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의 기질은 잘 바뀌지 않는 반면, 성격은 후천적인 것으로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로의 기질은 암만 노력해도 바뀌지 않을 테니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후천적인 성격은 서로 맞춰갈 수 있지 않을까. 빵을 좋아하던 그가 밥순이를 만나서 3년 만에 식성이 바뀐 것처럼. 말이 쉽지 아마도 우리 평생의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