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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일호 Sep 07. 2021

때론 좋은 소식이 큰 변화를 불러온다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방식


지난 2020 10, 그는 사실  번째 취업을 했다. 석사 졸업  거의 1 동안의 취업 준비로 지쳐있는 그에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길을 가라고 말해주는 듯한 고마운 소식이었다.  길이 맞을까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수도 없이 고민했던 우리에게 단비 같았다. 다만  좋은 소식이 우리 부부에게 꽤나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30대의 우리,

어느 나라에서 살게 될까



그가 취업을 한 회사들은 영국이 아닌 이탈리아에 위치해있다. 그렇지만 우린 결혼하고 영국에 왔고, 런던이 우리에겐 신혼집이었다. 런던에서 두 번의 이사를 했고, 현재 집에는 가구도 들이고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다 장만했다. 그런데 남편의 직장이 영국이 아닌 이탈리아로 결정된 것이다. 물론 영국에 쭉 살 것이라고 예상하진 않았지만, 막상 국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느 나라에서 살게 될까? 해외에서 생활할 때에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조건 중 하나가 비자이다. 우리가 어떤 비자를 유지하고 어느 나라에 세금을 내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취업 비자를 가지고 5년 동안 일하며 세금을 낼 경우, 일정 조건에 맞는다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이탈리아도 비슷하다. 우리의 경우, 영국에서 지금으로부터 1년 반 더 현재 비자를 유지한다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물론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영국 소재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한 조건이다.




감정과 이성의 소용돌이


처음  상황에 놓였을 때에는 감정이 앞섰다. 회사와 일이  인생에서 가장 우선순위도 아니고, 해외에 나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도 힘이 드는데 남편과도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말이 되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마의 3 구간이어서 그랬는지, 반복되는 생활힘이 들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모니터만 보며 일하고 있는 상황에 지쳐가고 있었다. 딱히  문제는 없었지만 반대로   의욕이 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그를 따라 이탈리아로 당장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꽤나 충동적이었다.



하지만  충동적인 마음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그는 다른 회사, 실은  가고 싶은 회사에서 인터뷰 오퍼를 받았다. 새로운 회사와 인터뷰, 테스트, 오퍼 협상, 비자 등의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하다보니 그의 입사 시기,   퇴사 시기가 계속해서 지체되기 시작했다. 나도 그도 마음이 흔들렸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눈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퇴사하면 영국 거주 비자가 사라지는그가 이탈리아 비자를 받기 전까지 무비자로 지내야 하나

 비자  유지할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영국에서의 좋은 직장을 그만두면 혹여나 후회하진 않을까

만약 아이를 갖게 된다면 육아휴직은 어느 나라에서 쓰는  가장 좋을까



수많은 현실적인 질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열하지 못할 정도로. 물론 모든 조건에 부합하기엔 무리고 욕심이다. 하지만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싶었고, 무언가를 선택하기  충분히 고민하고 대화하고 싶었다.






때로는 상대방의 좋은 소식이 나에게 너무나  변화를 불러올 때가 있다. 변화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누구에게나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변화가 불러올 여러 가지 고민거리와 변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대화하는 ‘조율’의 시간이 필요하다. 혹자는 미리 사서 걱정하면 뭐하냐고 그때 상황이 닥치면 해결하면 된다고들 한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달랐다. 혹여나 누군가의 좋은 소식이 상대방에게는 눈치가 보이는 일이 되지 않았으면, 나도 좋지만 너도 진심으로 좋았으면 했다.

 


그래서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여러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다. 영국에서 이탈리아로 이직을 할까, 잠시 일을 쉬고 휴식 기간을 갖을까, 일단은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떨어져 롱디 부부를 해볼까   가지의 길들이 구체화되었다. 하지만 결정되지 않는 고민에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답답해서 가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한다. 때론 내가  어려운 상황이고 너는  수월하지 않냐며, 서로 자신이  힘들다고 찡찡대기도 한다. 쉽지 않은 대화 주제로 종종 저녁 식사 시간에 살얼음이 얼기도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모든 대화가 서로를  알아가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마음과 생각을 돌아보게 된다. 나도 너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라, 부모도 친구도 선생님도 선배도 이런 상황을 똑같이 겪은 사람은 주변에 없는지라, 온전히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  사람은 서로 뿐이다.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면 서로의 의견과 선호는 다를지언정, 이를 같이 고민하고 결정할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나도 너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라,
부모도 친구도 선생님도 선배도 이런 상황을 똑같이 겪은 사람은 주변에 없는지라,
온전히 이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사람은 서로 뿐이다.







선택은 어렵고, 고민은 복잡하다. 우리 역시 아직 선택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택에 이르기까지 고민의 과정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기회를  것이다. 그리고  무거운 고민을 함께 할 서로가 존재함에 감사할  아는 우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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