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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Jan 16. 2022

<지구가 열병을 앓고 있다>

지구가 아프다. 열병이다. 사람의 체온이 1~2도 오르면 어떻게 될까. 만일 올라간 체온이 몇 날, 몇 달 동안 내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지구도 대기의 온도인 기온이,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 위험하다. 몇 날, 몇 달이 아니라 수년, 수십 년째 그 온도가 올라있을 뿐 아니라 계속 상승하고 있다. 앞날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데, 그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거나, 심지어 숨기려 하는 이들까지 있다. 눈앞의 이익을 좇기 위해, 혹은 얽히고 얽혀있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태까지 지구는 총 다섯 차례의 대멸종 사태를 겪었다. 매번 화석기록을 싹 쓸어버릴 만큼 철저히 이루어졌다. 4억 5000만 년 전 86%의 종이 소멸했다. 그로부터 7000만 년 뒤 75%, 1억 2500만 년 뒤 96%, 다시 5000만 년 뒤 80%가 소멸했다. 마지막으로 1억 3500만 년 뒤에는 다시 75%가 소멸했다. 어떤 이들은 이런 멸종이 소행성 충돌 때문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화석자료가 이를 부인한다고 하며, 대멸종 모두가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와 관련된다고도 한다. 96%의 종이 소멸한 가장 악명높은 3차 대멸종은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를 5도 증가시키면서 시작되었으며 그로 인해 또 다른 온실가스인 메탄이 방출되면서 가속화됐다고. 일부 종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죽고 나서야 종결되었다 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윌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참고)

그렇다면 멸종의 원인이 된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는 왜 일어났을까. 과학저널리스트 피터 브래넌은 3년여의 추적과 연구 끝에 완성한 대멸종 연구서의 최종판 <대멸종 연대기>(흐름출판)의 머리말에서 그 원인을 화산활동으로 지목했다.


지금 우리는 6차 멸종의 위기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지난 5차와는 달리 소행성과의 충돌도 화산활동도 아닌 인간의 활동이다. 철저하게 인간의 책임이며, 해결해야 할 당사자, 역시 인간이다. 인류는 수십억 년간 매장되어있던 자원(석유와 석탄)을 불과 150여 년 만에 소비했다. 산업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그만큼 빠른 속도로 달리며 지구를 착취한 것이다. 그 결과 산업 문명 초기에 전체 육지 14%에 불과했던 인간 서식지가 77%로 증가했다. 지구 일부를 점유하면서 지구와 균형을 유지하던 종이었던 인류가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지구를 인간의 행성으로 만든 것이다.


1만 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그 등락 폭이 섭씨 1도가 안 될 정도로 변화가 없이 안정적이었다. 풍성하고 잘 자라는 우리 주변의 생태계가 안정성의 핵심 역할을 했다. 해수면의 식물 플랑크톤과 북반구에 걸쳐진 거대한 숲 지대가 탄소의 접근을 막아 대기의 균형을 맞춰줬다. 평원의 거대한 동물 무리가 풍요롭고 결실 있는 초원, 기름진 토양을 일궈줬다. 아열대나 하구의 습지에서 발달하는 관목, 교목인 맹그로브와 산호초가 수천 킬로미터의 해안선을 따라 어류가 키울 환경을 제공했고 그렇게 자란 물고기가 넓은 바라를 헤엄쳤다. 적도 주변으로 넓게 자리한 밀림지대는 겹겹이 쌓인 식물로 태양 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품어 지구의 기류에 습도와 산소를 더했으며 극지의 얼음은 흰 표면으로 햇빛을 반사해 지구 전체를 냉각시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게 해 지구가 안정성을 얻도록 했다.

계절은 살아있는 세계 전체를 온화하고 안정적인 주기에 안착시켰다. 열대 평원에서는 매년 건기와 우기가 시계추처럼 정확히 교차했고, 아시아에서는 바람이 제 때에 장마를 형성했다. 북쪽 지방에서는 3월에 기온이 상승해 봄을 싹틔우고 계속 고온을 유지하다 10월이면 떨어지며 가을을 불러왔다. 이 시기를 지질시대의 최후시대인 홀로세라 한다. (인류의 개입으로 핵 낙진, 플라스틱 등 인간의 기술 화석이 퇴적층에 쌓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홀로세가 아닌 인류세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2000년에 나왔다) 우리에게 홀로세는 에덴의 정원이었다. 대단히 안정적인 계절의 주기 덕에 인간은 특별한 기회를 얻었다. 농사를 발명하고 계절을 이용하는 법을 터득해 식용 작물을 생산하고, 농경을 따라 인류 문명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살아있는 세계가 우리에게 필요한 조건을 안정적으로 충족시켜 준 덕분이었다. 인간의 지능은 진화의 방식을 바꿨다. 우리에게는 생각이 있었고 그 생각을 다음 세대로 물려줄 수 있었다. 인간은 일개 종이 이룰 수 있는 성취의 차원을 바꿔왔고, 계속해서 바꾸고 있다.

무엇도 인간의 발전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고, 흥미진진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문제가 있었다는 걸 몰랐다.

인류는 놀라운 발전을 해왔다고 자부했지만, 이제는 그로 인한 병리적 현상이 일어났다. 인류는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를 지켜주었던 생태계를 파괴하자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으며, 온도 상승은 다시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앞에 놓여 있다.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참고)


파리에서 개최된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여한 195개국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2도로 유지할 것을 결정한 이유다. 검증 단계를 통과한 최신 연구만을 취합한다는 점에서 매우 보수적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현재와 미래의 지구의 상태에 아주 끔찍할 정도로 확실한 답을 내놓고 있지만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한 약속을 지키고 있는 국가가 없다.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그만큼 약속을 지키기 힘든 것이다. 당장 실행한다고 가정해도 약 3.2도, 즉 산업화 이후 상승한 수치의 3배에 해당하는 기온 상승이 예상된다. 1도, 2도, 3도, 4도, 5도라니, 수치가 작아 그 상승 폭이 가져올 결과를 인식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하다. 차라리 죽기를 바랄 지경이 될 수도 있다.


● 기온이 2도 증가하면 빙상 붕괴가 시작하고 4억 명 이상의 사람이 물 부족을 겪으며 적도 지방의 주요 도시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북위도 지역조차 여름마다 폭염으로 수천 명의 목숨을 잃는다. 인도에서는 극심한 폭염이 32배 더 자주 발생하고 매 폭염이 지금보다 더 오래 지속돼 93배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 여기까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최상의 시나리오다. 기온이 3도 증가하면 남부 유럽은 영구적인 가뭄에 시달리고 중앙아시아는 평균적으로 지금보다 19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카리브해 지역은 21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겪는다. 북부 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는 건기가 60개월 그러니까 5년 증가한다. 매년 들불과 산불로 불타는 지역이 지중해 지역에서는 2배, 미국에서는 6배 이상 늘어난다. 기온이 4도 상승하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댕기열 발발 사례가 800만 건 이상 증가하고 식량 위기가 거의 매년 전 세계에 닥친다.

_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 불능 지구》(추수밭), 30~31쪽.●


나는 앞글에서 각자 타고난 저마다의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삶을 살아가야고 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자연 세계와의 관계다.


●당신은 당신을 지탱해주는 공동체의 일부이지만, 원하는 대로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갈 자유와 책임이 있다. 이런 것이 현대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렇다면 반대급부는 무엇일까? 가장 큰 단점은 자연 세계에서 분리되는 것이다. 인구가 많은 도시 아파트나 주택에 산다면 야생동물을 볼 기회도 없고 텃밭이나 마당도 없을 것이다. 돈이 많다면 야생 지역으로 여행을 가거나 하와이해변으로 관광을 갈 수도 있다 그럴 때만 자신이 좀 더 큰 전체의, 즉 자연의 일부임을 느낄 수 있다. 도시에 산다고 해도 당신은 여전히 음식, 물, 공기, 기후, 새, 나무(어쩌면 개와 고양이도) 등과 늘 접촉하며 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당신에게는 자연의 일부다. 중요한 것은 타인이나 기계와 맺은 관계의 지나치게 매몰되어 인간의 모든 삶을 지탱해 주는 자연환경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지구자원 한계가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이 자연 세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깨닫고 있다.” _신시아 부라운 《빅 히스토리》(해나무), 342~3쪽●


_ <몸을 돌아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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