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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Aug 23. 2022

소설<4개월>-5


83년 아들이 세상을 뜨자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정수는 거의 주일 성수를 했다. 손주들을 생각해 구역예배는 드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커 시간이 자유로워졌지만, 그 시간 정수는 가능한 일거리를 찾았다. 구역예배에 가는 대신 혼자 열심히 성경을 읽었다. 아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비록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일을 가리지 않고 해온 정수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해서 뭐든 닥치는 대로 읽던 정수는 성경도 그렇게 쉬지 않고 읽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던 성경의 이야기가 꿰어지기 시작했다. 어린 손주들에게 모세 이야기와 요셉 이야기를, 다윗 이야기를, 다니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담과 하와 이야기를 해주었고 노아와 다른 사람들을 비교해 들려줬고, 아합왕의 악행과 그의 말로를 이야기해주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으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어린 손주들에게 이야기 해줬다.


예수님이 일으키신 기적을, 예수님이 하신 산상 설교를 들려줬고, 주기도문을 외우게 했다. 베드로와 요한과 바울 이야기도 했다. 눈이 오나 새벽이면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왔다. 정수가 하는 기도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성태가, 혹은 은경이의 기도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엄마 혜영은 자신은 교회에 다니지 않았지만, 정수가 신앙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게 감사했고, 자신들의 아이들을 키워주는 교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십일조를 정수가 드릴 수 있게 했다.     


성태가 정수가 교회를 등진 것과 세월호를 관련지을 때, 정수는 거대한 배가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바다 한복판에 서 있다. 큰아들과 작은아들, 그리고 딸이 빨려 들어가는 바로 그 배 난간에 매달린 채 소용돌이치는 바닷물 속에서 함께 소용돌이친다. 그리고 곧 많은 어린 것들이 난간에 매달린 채 물속을 들락날락하기를 반복한다. 거친 숨을 쉬는 바다는 너무 깊어 검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게 틀림없는데 정수가 아무리 크게 소리 질러도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다. 사실 정수의 외침은 정수 자신에게조차 들리지 않는 묵음이다. 정수가 배에 다가가려 해도 배는 여전히 같은 거리에 있을 뿐이다. 오직 바다만이 소리 없이 거칠게 움직였고, 마침내 아이들을 삼켰다. 그때 뭔가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번들거리는 액체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여럿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수는 그들이 목사며 집사며 권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하는 말이 들리지 않음에도 정수는 그 말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몸통을 보았다. 팔다리 없는 뱀이었다. 그 몸통은 언제 터질지 모를 정도로 부풀어있었는데, 사람의 얼굴을 한 그들 입에서는 민망한 말들이 거침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수가 외쳤다. “사탄아. 물러가라.” 그러자 그것들이 사라졌고 바다는 평온을 되찾았다. 정수도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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