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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Sep 04. 2022

<신은 자신의 자유를 우리에게도 나눠주셨다>-1

1. 신을 만남과 신이 소개한 심리학    

 


학교에서 배우거나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그 문제들이 대충 세 가지 정도로 집약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가 인간인 나, 인간의 기원과 불멸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생각이 많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지겨웠으나 잘라낼 수 없었다. 그러다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인간의 이성과 정신이라니. 그런 인간 존재 자체가 위대하게 다가왔다. 그 위대한 존재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무가 될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비록 육체는 없어져도 사유하는 인간의 정신마저 사라질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으로 세상의 불평등이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살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6~70년대였다. 마트가 없던 시절, 시장에 점포를 갖지 못한 상인들은 거무스름하게 때가 탄 알루미늄 다라이에 상품을 채워놓고 채소며 생선을 팔았다. 겨울이면 그분들의 손은 얼어붙었다. 버스에 타기 위해 전쟁을 치러야 했다. 버스가 비어있어도 버스 기사는 그런 분들을 태우지 않으려고 했다. 냄새가 난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에는 인권 문제도 둔해서 버스에 매달리다 떨어진다 해도 기사를 처벌하는 일은 없었다. 붉다 못해 검은색을 띠고 있는 손, 거칠고 크게 부어있는 손, 가장자리가 불에 탄 듯 새까만 손톱들은 “왜?”라는 불평등에 관한 질문들을 내 안에 남겼다.

세 번째는 자연 만물들의 존재였다. 사람을 비롯해 사라지지만 결국은 다시 나타나는 존재들. 과학 교과서는 현상을 설명하지 기원을 설명하지 못한다.      

1984년 뜨거운 여름날, 스물여덟 나에게 누군가 말했다. 세상을 창조하고 다스리는 신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 신이 내가 가진 의문에 답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물을 세상에 나오게 하는 신, 낮은 곳을 높이며 높은 곳을 낮춤으로 세상의 불평등을 해결하는 신. 그게 내가 생각하고 믿기로 한 신이었다.

3년 동안 그렇게 생각한 나의 신에게 나는 말을 걸었다. 나는 누군가를 불평등하게 대하지 않으려고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물었다. ‘자신에게 엄격하게, 타인에게 관대한 삶’을 살고자 했다.  내게는 그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때도 지금도 그렇게  살지 못한다. 그러나 원래 타고난 천성과 그리 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신의 존재를 믿기로 하고 그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고 3년이 지나서야 난생처음으로 교회에 출석했다. 교회에서는 기도가 만사를 변화시킨다고 했다. 나는 기도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기도는 주문이었다. 구하기만 하면 뚝딱 들어주는 도깨비의 방망이 같은 주문.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는 아직은 어린 딸에게 ‘자신에게 엄격하게, 타인에게 관대한 삶’을 가르쳤고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주문을 외웠다. 내가 한 주문은 효험이 없었다. 도리어 마음이 따뜻하고, 생각하는 게 넉넉했던 딸의 얼굴에서 어두운 그림자 같은 걸 보게 되었다. 딸을 향한 잔소리가 늘었고 나도 힘들어졌다.

심리학을 접했다. 심리학을 접하면서 딸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나를 바꿔나가자, 딸을 위해 신에게 걸었던 주문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은 내 주문에 걸려들지 않았다. 대신 내게 심리학을 소개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신이 내게 나눠주신 나의 자유로 스스로를 바꿔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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