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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Sep 12. 2022

<몸을 돌아보는 시간2>-12

신경과와 소화기내과, 내분비내과에 이제는 혈액종양내과까지!

9월 7일엔 신경과, 8일엔 내분비내과가 예약되어 있었다.


신경과

언제나 진지하고 친절한 의사를 만나는 건 안심이 된다. 남편의 증상에 대해 의사가 물었다. 입원 당시 몸 전체가 휘청거렸다면, 지금은 종아리 이하만 어느 정도 그럴 뿐이라고 남편이 답했다. 저녁 7시 정도에 발을 닦게 되는데, 그때는 여전히 발뒤꿈치가 찌릿하다고도 했다. 의사가 뉴론틴 용량을 조금 늘려보겠다고 했다. 단 용량을 늘릴 때 어지러운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늘린 양을 다시 줄일 수 있도록 별도의 처방을 할 테니 환자 본인이 조절하라고 했다.     

내가 백혈구, 혈소판 수치의 저하나 빈혈이 간이나 갑상선기능저하로 인한 게 아닌 것 같다는 소화기내과와 내분비내과 의사의 견해가 있다고 했다. 의사는 그렇다면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추가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남편이 싫어했다.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의사는 어느 정도 낮은 게 아니라, 심각하게 낮은 정도라 하는 게 좋겠다고 했고, 결국, 다음날 8일 오후로 혈액종양내과 예약을 했다. 혈액종양내과는 암센터 안에 있었다. ‘암센터’, ‘종양’이라는 단어가 주는 두려움이 있었다.


잊지 않고 (신뢰가 가지 않는) 내분비내과 의사를 특별히 지정해주셨는지, 무슨 이유가 있으신 건지 신경과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는 내가 묻는 이유를 빨리 이해한 듯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다. 내분비내과에는 3분의 의사가 있으며, 다만 남편이 검사받은 그 날 그 의사가 당번이었다고 했다. 의사마다 성격이 다르고 때로는 환자와 의사가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말도 덧붙여줬다. 나는 또 물었다. 그렇다면 혹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도 있는지,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지. 진료 후 예약할 때 예약해주는 분께 말하면 담당으를 바꿀 수 있다고 자연스럽고 친절하게 답해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은 계속 투덜거렸다. 꼭 혈액종양내과를 가야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내가 차갑게 말했다. 그럼 내일 가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당신의 선택이라고. 기본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병에 잘 걸리고, 회복이 되지 않으면, 당신이 남겨놓은 재산 나 혼자 잘 쓰고 살 테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그러던지, 그렇게 해”라고 남편은 말했지만 아마도 가게 될 것 같고, 나는 당연히 가야 할 것 같이 말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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