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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Mar 28. 2023

일상 3/28

남편

●남편

*대학 1년

키 178

체중 62

혈압 정상


*60세

키 176

체중 82

혈압 혈압약 복용후130-40


*현재  만 68

키 174.5

체중 67(나를 향해 달려옴. 남자가 감히 여자를 향해서)

혈압약 복용중

오늘 아침 119/64


●나?

*결혼 당시

키 169

체중 51

혈압 아마도 120/80


*첫째 임신 만삭당시 73

둘째 임신 만삭 당시 83(한달새 8kg가 늘기도 했음)

굴러다니는 곰 같았음.


*현재?

키 167

체중은 비밀

혈압 85~100/ 55~60


●남편의 키와 체중이 나보다 많이  줄었음.

나보다 고생이 많았나보다.

고마워서 잘해주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질 않아서 (속으로만)미안함



*****



사실은 국가건강검진결과 혈변반응이 있다며 대장내시경을 권했고, 오늘이 그날이다.

검사 3일 전부터 부드럽고 자극이 없는 음식만 먹어야 했다. 통곡물, 고추가루, 섬유질, 고기, 깨, 기름진 것. 나물, 깨, 해조류 등을 금해야 했다. 두부와 달걀, 흰살생선에 그동안 먹어왔던 현미 대신 흰쌀로 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전날인 어제는 흰쌀 죽만 먹었고 저녁 8시부터는 오늘 새벽까지는 장청소제를 먹고 계속 쏟아내야했다. 아침에는 얼굴이 해쓱하고 기운도 없고 얼굴색도 좋지 않아 보기 안스러웠다.


게다가 오늘 11개의 선종을 떼어내기까지 했기에, 오늘도 물만 먹고 내일부터야 죽을 먹게  될 테니, 아직 기운이 없다.

일단은 조직 검사가 들어갔으니 결과가 나와야겠으나, 별 문제는 없을 것 같긴 하다.


계속 병원이다. 혈액종양내과에서 재생불량성빈혈 진단을 받았고, 오늘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고, 4월에는 내분비내과 진료, 5일엔 위내시경 검사가 줄을 잇는다.


충분히 감사하게 살았고, 아이들이 다 독립했으며, 죽음과 이별이 남은 삶이 남아있음을 인식하며 마음 준비를 하고 보니,

의외로 담담하게 그날그날을 지낸다.


그러나, 나만 그런 건 아닐까? 남편의 마음은 어떨까? 알 수 없다.

"한동안 없던 변비가 심했고, 그게 갑상선기능저하로 인한거라 약을 먹으며 나아졌지만 늘 잔변감이 있어 은근히 걱정했는데 오늘 선종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 나니 한결 편해"

오늘 대장내시경을 끝내고 나와 하는 말에 그동안 염려했다는 그의 마음이 비로소 드러났으니 말이다.


만일 내게 그동안 그에게 일어난 일들이 일어났다면, 나는 어떨까? 그리고 남편은 어떨까?


위에 기록한 대로(이 기록은 인스타와 페이스북에 재미있게 올린 글이다) 그동안 그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긴 세월, 그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까를 이제 와서야 생각한다지만, 그가 느낀 것 만큼 내가 느낄 수는 없는 일이다.

기운없이 앉아있는 그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대해주고, 무엇보다 그가 감사하는 내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


한 사람의 생애가 참 수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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